국립 공원
2004년은 국립공원제도가 도입된 지 37주년을 맞는 해이다. 국민들에게 휴식공간을 제공하고, 자연 생태계의 보전을 위해 자연공원법 제4조에 의하여 지정된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현재 육?해상을 모두 합쳐 20개. 그러나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명산의 대부분은 정부에 의해 개발되고 파괴되고 있는가 하면, 밀려드는 관광인파로 등산로 중심으로 훼손되어 가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내 사패산 터널공사 강행에 이어 지난 1일 환경부가 계룡산 국립공원과 속리산 국립공원을 관통하는 터널(국도)공사를 허가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참여정부의 각종 반(反)환경정책에 반발하여 ‘환경비상시국회의’까지 결성한 환경단체들의 공분(公憤)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자연생태계의 보고(寶庫)로서 우리 국토의 마지막 남은 자연유산인 국립공원이 이토록 쉽게 정부에 의해 개발되고 파괴된다는 것은, 한마디로 ‘생명을 죽이는 길’이다. 속리산의 경우 기론 도로를 이용할 수 있는데도 20여분 거리 단축을 이유로 터널을 뚫는 공사를 허가한 것인데 정부의 시각으로 보면 당장은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는 경제적 이득이 커 보일 것이다. 하지만 50년 동안의 득실을 따져보면 자연 생태계를 파괴함으로써 받은 생명파괴가 더 크고 이는 금전적으로 회복할 수 없는 손해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를 괴롭혀 왔던 한라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 논란은 환경부의 불허방침에 따라 마침표를 찍게 되었다.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한라산은 다른 국립공원에 비해 가장 잘 보존된 명산이다. 특히 최근에는 백록담에서 관음사 방향 등산로를 따라 약 2㎞ 지점(해발 1250m)에 숲은 이룬 소나무 군락이 울진, 삼척 지방의 금강송(金剛松)에 버금가는 것으로 공인됨에 따라 한라산의 자연 생태적 가치가 더욱 빛나게 되었다.
▶그런데 김태환 도지사는 도의회 시정연설을 통해 국립공원 구역인 1100도로(국도 99호선)에 모노레일카 도입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혀 파문이 일고 있다. 산업도로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1100도로를 겨울철 한라산 탐방객을 유도하는 접근로로 활용하여 침체된 제주관광을 살리겠다는 구상은 경제적 측면에서 유익하다. 그러나이로 인한 자연생태계의 파괴는 쉬어도 복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므로, 보전과 지속가능한 이용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가에 대하여 도민사회의 진지한 논의가 선행되어야 하며,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조급하게 결정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논설위원 김승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