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미국의 대중국전략은 중국을 기존 세계 경제 질서에 편입시켜 통제 가능한 국가로 만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국제공동체에서 기존의 틀을 수용하고 기후변화 같은 문제에 책임 있는 역할을 하는 책임지는 이해관계자로서 행동할 것을 미국은 기대하였을 것이다.
중국은 미국의 기대에 부응하여 평화롭게 부상한다는 화평굴기(和平屈起)라는 대외정책기조를 천명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외정책기조를 바탕으로 한국과 중국은 양국관계를 격상시켜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발전시키기에 이르렀다.
장차 한국이 안보 전략적 차원에서 직면할 가장 중요한 도전은 한미동맹과 한중 간 전략적 동반자 관계 사이에 어떻게 조화를 이루어야 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이 2009년 중국을 방문하였을 때 미국과 중국의 관계를 “한 배에 탄 운명(同舟共濟)”이라고 주장하였다.
미국과 중국의 공동번영을 말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협력하지 않으면 공멸의 길을 갈 수도 있다는 경고도 들어있다.
세계사를 돌아보면, 패권국가의 흐름이 팍스로마나, 팍스시니카, 팍스브리타니카, 팍스아메리카나로 흘러왔다. 기존 제국의 몰락과 새로운 제국의 부상시기에는 여지없이 세계대전이 발발하였다.
그래서 중국이 신흥패권국으로 부상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어왔다. 패권국가의 중요한 요건 중의 하나는 경제력이다.
현재 미국의 경제체제는 많은 문제점들을 노정시키고 있으며 가장 큰 미국의 채권 보유국은 중국이 되어버렸다.
여러 면에서 팍스아메리카나(Pax Americana)체제에서 팍스시니카(Pax Sinica) 체제로의 전환을 예견하게 하고 있다.
중국의 국가정체성과 가치가 미국과 유사해질수록 평화로운 질서의 재편이 이루어지고 협력적인 국제체제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근래의 행동을 보면, 중국은 미국의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점차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되고 있다는 징후가 경제ㆍ정치ㆍ외교ㆍ군사 등의 여러 부문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은 2009년 9월 이후부터 중국산 중공업제품들인 타이어, 강관, 전기담요 등의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였고 중국도 이에 대한 대응으로 미국산 닭고기와 나일론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하였으며 미국 자동차의 불공정 거래행위를 조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국의 위안화 절상에 대하여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필요성을 언급하였으나 원자바오 총리는 위안화는 저평가 상태가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근본적으로 양국 패권경쟁이 시작되어가는 모습을 보는 것처럼 보인다. 미국에 협조적이던 중국이 2009년 들어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다.
구글 이메일 검열, 달라이라마 접견, 대만무기 판매, 이란핵 제재 등을 둘러싼 양국 갈등이 전면적인 외교전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존의 외교적 행태를 변화시켜 국제 문제에 대하여 할일은 적극적으로 개입해 뜻을 관철한다는 유소작위(有所作爲)의 대외정책기조를 보여주고 있다.
천안함 사건에서도 중국은 미국과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힘을 기르던 도광양회(韜光養晦)의 시기를 넘어서 화평굴기(和平屈起)를 기조로 하고 있는 중국의 대전략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고 힘을 키워가는 것이다.
최근의 중국의 대외기조를 보면 중국이 부상하여 세계에 우뚝 선 선진 강국이라는 대국굴기(大國屈起)의 외교정책을 기조로 하게 될 날이 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미국은 한국과 일본의 협력을 바탕으로 중국을 봉쇄하는 새로운 대전략을 검토하여야 하는 시점에 이미 도달하였는지도 모른다.
강 병 철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