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우파의 정체

2004-12-04     제주타임스

 교회는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회가 힘없고 가난한 자, 그리고 소외된 자들의 힘이 되어주고, 그들과 더불어 고난을 받을 때, 세상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다. 신학자 디트리히 본 훼퍼는 히틀러의 나치 정권하에서 고난받는 유대인과 유린당하는 독일교회와 민족의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그리스도의 수난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성숙한 신앙인으로 처형대에서 순교적인 죽음을 달게 받았다.

모든 게르만 민족이 히틀러 만세를 부르고 박수를 쳤지만 본 훼퍼는 그렇지 않았다. 미친 운전수가 사람을 가득 태우고 운전하는 것을 그냥 두면 승객 모두가 죽는다고 외치면서, 히틀러 암살에 가담한 그였다.
  최근 한국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외면하면서, 고난받는 자에게도 등을 돌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지금, 기독우파는 잦은 궐기를 접고 본래 자세로 돌아가 가난한 자와 더불어 고난에 동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그들은 '반북·반김' 집회를 벌이면서, "미국의 힘은 정의로운 힘"이며 "역사의 주관자이신 하느님이 미국을 통해서 우리 나라를 지켜준다"는 내용으로 외쳐왔다. 그들은 철학도 이론도 비전도 없이 극단적인 행동을 앞세우며 보수세력의 대표인양 나서고 있다. 본 훼퍼가 죽음을 무릅쓰고 역사의 현장에서 떳떳하게 희생양이 된 것을 교훈 삼아, 한국교회도 역사에 떳떳하게 나서야 한다.

  나는, 교회가 사회정의를 외치는 역군이 되기를 바라면서, 특히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기독인이 특별한 사명을 자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동안 기독교는 NCC와 한기총으로 나뉘어져 양극화에 기여한 측면이 매우 크다. 우리는 교회내의 양극화를 극복하고 복음주의와 에큐메니칼운동의 합일을 추구함으로써 기독교가 우리 시대에 바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과 더불어 평화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유신시절, 나는 독재정권에 항거하며 정의를 외치는 목회자들과 청와대 조찬기도회에 참석하여 통치자에게 박수를 보내는 목회자들의 양극화를 보면서 고개를 흔든 적이 있다.
 그 동안 개신교가 한국사회에 미친 영향은 실로 지대하다. 한국사회에 많은 기여를 하였고 군사독재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러나 반역사적인 행위도   서슴없이 저질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신사참배, 친일의혹, 군사독재정권과의 유착 등 어두운 과거와 더불어 성장제일주의, 대형화 경쟁, 목사직 세습, 불투명한 재정운영 등 현재의 위기까지 산재해 있다. 그들은 "네 이웃을 내몸과 같이 사랑하라"고 설파하신 가르침을 들으면서도 성도들의 삶이 기복주의에 머물러 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시선이 너무나 협소하다. 지금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처절한 자기반성과 거듭남의 다짐이다. 이미 화석화된 신학과 신앙으로, 물신주의와 성직자 중심의 교권주의에 매몰되어 있다. 그들이 반민족·반통일적 행동을 계속한다면 변화와 개혁이라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그들이 설자리는 없어질 것이 분명하다.

기독자는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아야 한다. 현재 자기의 십자가를 지는 일은 저 가난한 자들과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일이다. 그리고 통일한국의 역군으로 희생양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곧 본 훼퍼가 후대인들에게 들려주는 진정한 신앙의 교훈이요, 그의 그리스도를 향한 신앙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