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콜롱 80,팔팔 80
우리선조들의 옛 속담에 콜롱팔십이라는 말이 있다.
사람은 조금 아파서 콜롱(제주사투리, 작게 나는 기침소리)거려야 팔십 세까지 오래 살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요즘은 ‘팔팔한 80’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80대는 팔팔한 세대라는 말이다.
노인문제를 연구하는 ‘한국 골든 에이지 포럼’의 자료에 따르면 앞으로 사회는 현재 40대 젊은이들의 절반이상의 ‘팔팔한’ 80대를 산다는 것이다.
현대에는 생활 습관을 잘 관리한다면 팔십대는 ‘팔팔한’ 삶을 구현하는 세대다.
40 여 년 전 농경사회에서 노인은 경험, 달변, 지식을 갖춘 현자(賢者)대우를 받았었다.
과거 농경사회는 구전(口傳)문화 사회이기 때문에 경험과 기억을 계승하는 노인 없이는 사회지탱이 힘들던 과거였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외국도 마찬가지였다. 20세기 세계적인 지성이며 민속학자인 아프리카 아마두 함파테 바는 그의 저서 <들판의 아이, 이희정역, 아카넷>에서 한 노인이 숨을 거두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고 했다.
그러나 이 말은 그야말로 20세기 말일 뿐이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노인 수난 시대라고 한다.
미국과 영국, 일본에서 지자체 노인 학대 상담창구에 신고 건수가 월1만 건이 넘는다는 보도다.
의료, 건강학의 발달로 수명은 연장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노인비용이다. 노인들은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다는 ‘두려움’들이 급속한 세계화 속에서 많은 노인들의 뒷방신세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요즘 방영되는 TV드라마가 노인들의 존재가치를 잃고 비참한 생활세태를 잘 방영해준다. “나도 인간이다. 나도 남자야. 나도 느낀다.
나도 아름다운 것을 좋아하고, 너희들하고 꼭 같단 말이야, 알겠나, 이놈들아” 이 대사는 며칠 전에 방영한 MBC드라마 ‘나는 별일 없이 산다.’에서 주인공 신성일은 가슴을 치며 절규한다.
70대 노인인 주인공 신성일이가 40대 여성과 사귄다는 소문이 나돌자 한 후배가 “그동안별일 없이 잘 사셨지 않아요.
마무리를 잘 하셔야하죠.”라며 만류를 받는다. 한 발짝 뒤에서 살라는 젊은이의 어드바이스에 대한 절규다.
신성일 역은 전직 영문학과교수이자 남부럽지 않은 재력도 지녔지만, 지금의 사회가 노인을 보는 시각을 잘 반영된 신(scene)이다 노인들의 억장을 무너뜨리기에 충분하다.
노인들의 취업 얘기를 했다간 “젊은이들의 실업의 심각한데 노인들이 양보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론이 즉각 날아든다.
노인은 사회의 생산성과는 무관한 존재이며 드라마처럼 사고 치지 말고 그저 뒷방에서 살면서 삶을 깔끔하게 마무리하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60~80대들은 할 말이 없는가? 노인들은 사회변화에 절규하는 이유가 분명히 있다.
지금의 60~80대들의 산업화시대에 겪은 좌절과 절망을 과연 젊은이들은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보릿고개를 말하면 라면 끓여먹으면 되지 않으냐고 대답하며 귀하고 풍요하게 성장한 세대들의 지금의 젊은이들이다.
지금 젊은이들의 누리는 풍요로움 뒤에는 지난날 60~80대들의 피와 땀과 눈물이 있었다는 말이다.
지금의 60~80대들은 4.19등 민주화와 인권을 위해 목숨을 걸었으며, 산업화 현장에서 끼니를 거르며 후세들에게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자신의 청춘을 던져버린 세대들이다.
시골에 나이든 분들은 서울 간 아들놈 학비 보태주려고 머리카락을 잘랐고, 먹고 살 쌀을 사기위해서 머리카락을 잘랐다.
그래서 그 당시 유일한 한국의 수출품은 가발이었다.
그 당시에는 쥐들이 우리 먹을 것을 축내고, 건강후생에도 위협 되던 후진국 생활이었다.
그래서 전국에 쥐잡기운동을 벌렸다. 쥐 털로 일명 코리안 밍크를 만들어 외국에 팔았다.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던지 해서 외국에 팔았다. 이렇게 저렇게 해서 1965년 1억 달러 수출을 달성했다. 세계가 놀랐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세대가 60~80대다. 월남전 파병, 서독에 간호사, 광부로 파견 되어 우리경제의 기폭제를 만든 세대도 60~80대다.
그런대 이들은 삶을 깔끔이 마무리하라는 재촉의 파도에 휩쓸리는 불행한 말년 인생이 된 것이다.
늙음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찾아오는 것이다.
그렇다면 팔팔한 80대를 사회 각 분야에서 활용해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고령화’의 덫을 벗어 날 수가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드라마 주인공 신성일의 주장과 같이 노인을 희망도 욕구도 없는 존재로 생각하는 것은 사회의 반목과 갈등만 조장하고 사회비용만 만든다. 생명에는 공평하게 늙음이 온다.
그러나 어리석게도 제가 늙기 전까지는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큰 불행이다.
나도 할아버지가 안 되는 종내기인줄 알았었다. 이제야 나의 무식소치(無識所致)를 반성해 본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