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선거는 축제다
선거는 국민을 위한 축제마당이다. 국민이 바른 말 할 수 있고, 정치인이 귀 기울이는 시늉이라도 하는 자리, 우리가 주인 되어 목청껏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축제의 마당이 바로 선거이다. 그런데 선거 후의 사회는 분노와 갈등으로 마무리가 되는 듯 하여 너무 안타깝다.
지난 지방 선거 때, 고희범 제주도지사 후보가 ‘고희범과 함께 여는 도민광장’에서「푸르른 날」을 불러 선거판에 신선감을 주었다. 그는 이탈리아의 대중적인 가곡 칸초네도 열창하였고, 율동팀과 어우러져 한 판 춤도 선보였다. 지지자들과 어깨에 손을 얹는 ‘기차놀이’로 시청 거리를 축제의 분위기로 만들었다.
양창식 교육감 후보 역시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과 축제의 선거운동을 펼쳤다. 운동원들이 횡단보도 파란불 보행시에 나와서 제주를 사랑하고, 부모님을 사랑하며 도민을 사랑한다는 하트 메세지를 남겼다.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를 위해서 젊은 친구들이 모여 참신한 아이디어를 선거운동에 활용하게 되었다. 바로 선거운동이 신명나고 재미나며 도민과 함께하는 축제라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민주주의 꽃이라는 선거는 정말 우리에게 축제이고 잔치일까? 민주주의 선진국에서는 선거를 질펀하게, 모두가 어깨동무하고 즐기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경험하고 있다. 미국의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는 나흘 동안 열린다. 전당대회는 여러 기능을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능은 당원들의 단합을 높이고, 이미 결정된 대통령선거 후보를 축제 분위기 속에서 선출하면서 언론의 조명을 받기 위한 정치행사이다.
우리나라는 선거철만 되면 온통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선거가 축제가 아니라 한바탕 전쟁인 것이다. 다수결 원칙에 따라 불과 몇 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고 희비가 교차되니 목숨을 내놓은 피나는 전쟁을 벌이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선거로 인해 지불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 국력소진은 말할 것도 없고 국론분열 또한 선거가 원흉이다. 그러면 우리는 오늘의 선거문화를 바꾸기 위해 과연 어떤 대안이 필요할 것인가?.
여기에서 프랑스 대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7년 대선 당시 12명의 후보자들은 인터넷에 뛰어들어 축제판으로 만들어 나갔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사르코지 사이트는 사르코지 브랜드 이미지 홍보에 초점을 맞추었다. 사르코지가 디스코를 추는 동영상 웹사이트를 운영까지 하였다. 이 사이트에 나오는 사르코지의 아바타에 마우스를 갖다 대면 우스꽝스러운 개다리춤을 추기도 하고 마이클 잭슨의 문 워크나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에 나오는 존 트래볼타의 춤 같은 고난이도의 댄스를 선보였다. 전문가가 춤을 추는 동영상에 사르코지의 얼굴을 합성하였다. 서민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다는 전략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는 하나의 축제라면, 말 그대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는 즐거운 행사가 되어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하나의 '축제'로서 국민누구든 의견을 개진하고 토론하고, 그런 행위에 대해 국민 개개인이 판단하는 하나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선거판은 ‘한심한 전쟁터’일 뿐이다. 서로 헐뜯고 무시하고 공격하는 행태가 그런 전쟁터를 보는 추잡한 기분이다.
정치의 핵심 키워드의 시작은 바로 '선거' 이다. 그렇다면 6.2 지방선거의 대표적인 키워드 는 무엇일까? 그것은 '북풍' 과 '노풍' 이였다. 여기서, 바로 북풍과 직결된 사안이 바로 '천안함'으로 인한 파장이다. 천안함을 이용하여 여당이 노풍의 차단을 위한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는 한나라당이 작성한 '종합 상황보고 문건'이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그 내용을 통해서 여당이 천안함 문제를 '국가적 안보 이슈' 로 정의하고 대국민 홍보에 나서 선거에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것을 그대로 증명하였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