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엣지 와 넛지

2010-05-24     제주타임스

요즘 ‘엣지’라는 말이 유행이다. 인기 탤런트 김혜수씨가 SBS드라마 ‘스타일’에서 ‘엣지있게’라는 처음 시작한 말이 방송광고에서 유행되기 시작했다. 남들과 차별화되는 의미를 강조할 때 ‘뚜렷하고 두드러진’이라는 의미로 광고 업계에서 시작한 말이다. 사전적 (edge)의미로는 날카로움, 모서리, 칼날 등을 뜻하는 말이다. 이 말은 ‘독특하다(Unique)’라는 말이었으나 지금은 좋다는 의미로‘엣지’라는 말의 유행하고 있다.

 독특하다는 의미에서 지금에 와서는 ‘엣지’가 스타일, 몸매, 성격, 생활태도에 이르기까지 온갖 일에 좋다는 의미지로 붙여지는 말로 되어 가고 있다. 엣지헤어, 엣지매너, 엣지디너, 엣지런치 등 생활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언제, 어디에서도, 어떤 행동도, 어떤 상태에도 좋다는 의미로 붙일 수 있는 새로운 말이 태어난 것이다. 미국 영화 제목에 붙은 ‘엣지’는 의미가 다르다. ‘엣지 오브 다크니스(edge of darkness)’ 라는 영화 타이틀이다. 이 타이틀엔 좋다는 의미가 아니고 복수(復讐)라는 뜻이다.

국가의 음모에 딸을 잃어버린 아버지의 슬픈 복수를 담아낸 영화다. 복수라는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는 영화다. 이 영화제목에서 ‘엣지’의 의미는 국가의 어두운 음모로 표현된 것이다. 우리들의 쓰는 ‘엣지’와는 반대적 의미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정부가 국민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한다는 뜻으로 넛지(nudge)를 쓰는 모양이다.

작년 우리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가면서 청와대 직원과 출입기자들에게 선물했다는 책 제목의 ‘넛지’<리처드탈러교수와 캐스선타인교수 공저, 안진환역·리더스북>이다. 나도 그 당시 이 책을 읽었다.

 ‘넛지’의 원래 뜻은 ‘주위를 환기시키기 위해 남을 팔꿈치로 쿡쿡 찌르다’는 뜻이다. 행동경제 학자인 이 책의 저자, 시카고대학의 리처드 탈러교수와 하버드대 캐스 선타인 교수는 이 ‘넛지’라는 말을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했다. 이 책에서는 국민을 위한 정부의 역할을 얘기하고 있다.

정부는 국민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에 대해 대안(default option)을 제시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해결대안을 제시하는 일을 ‘넛지’ 라고 한다면 ‘넛지’의 목표는 ‘엣지’이다. 요즘 ‘엣지’라는 말이 폭발적으로 유행되고 있는데, 밖으로 드러나는 외양이나 스타일에만 유행하는 얄팍한 세태가 아니라 모든 생활의 중심에서 좋은 것으로 이 말이 유행되고 있다.

이 말 만큼이나 ‘넛지’도 폭발적으로 확산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말의 유행과 정부의 정책을 같은 속도로 확산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 줄 알면서도, ‘지(dge)’자 영어발음(pronunciation)이 우리말로는 같은 소리다.

같은 소리기 때문에 ‘넛지’와 ‘엣지’가 동시에 유행을 바라는 것은 나의 철부지 탓이리라. 우리사회의 신종어휘는 10 -20 대가 생산자이거나 유포자라고 한다. 또한 속도의 간편성에 목매는 인터넷, 모바일 통신수단이 발달하면서 최근 몇 년 동안의 신종어휘 생산량은 가히 전례가 없을 정도다.

인터넷에서 가장 흔한 ‘넘사벽’ ‘엄친아’ ‘솔까말’ ‘지못미’ ‘완소남’따위의 줄임말에서부터 오나전(완전)처럼 습관적인 키보드 오타에서 비롯된 것에 이르기까지 그 생성동기와 형태가 다양하기 이를 데 없다. 너무 단순하고 유치해 어휘의 생명력이 어떨지 모르겠으나 어쨌든 사고의 기발함과 자유로움이 느껴져 유쾌하기도 하다.

언어는 유기체(有機體. organism)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과 함께 태어나고 성장하고 사멸하는 변화를 규칙적으로 겪는다는 것이다. 언어의 변화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을 떠나서 생각 할 수 없다. 언어는 사회의 문화, 생활습관의 변화, 사용주민의 이동, 인접어와의 접촉 등의 변화요체라고 한다.

이 지구상에는 수 천 개 언어가 통용되고 있는 것은, 몇몇 개의 언어에서 분지 적으로 발달하여 나왔기 때문이라고 한다. 분지 적으로 발달한 하위 언어는 어족(語族)이라는 개념으로 묶고 하위 언어를 만든 상위 언어는 조어(祖語)라고 한다.

앞으로 100년 후에는 인구가 1억 미만 국가의 말은 사라진다는 자료를 본 기억이 있다.< 유네스코자료> 요즘 폭발적인 신종언어 탄생은 세계적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으로 연결된 정보언어가 실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들의 전 생활인 인터넷, TV중계 , 휴대전화, 영상생활 등에서 언어의 수명은 아주 짧아지고 세계화되고 있다. 이 세계화 과정에서 신종어가 만들어지고 유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신종 어 유행도 새롭고, 쿨 하게 느껴지지만 미래에 우리의 고유한 말이 사라 질 것 같아서 걱정되기도 한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