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처님 오신 날 과 지방선거

2010-05-20     제주타임스


오늘은 음력 사월 초파일, 불기(佛紀) 2554년 ‘부처님 오신 날’이다. 부처는 자비로 중생을 구하기 위하여 세상에 왔다고 한다. 따라서 부처님 오신 날의 의미는 중생구제를 위한 자비의 뜻을 기리고 실천하자는 데 있다.

자기 욕심만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는 각박한 세상살이에서 잠시 벗어나 어둡고 지친 삶을 되돌아보고 자비를 베풀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밝은 사회를 만들어 보자는 것이다. ‘부처님 오신 날’에는 불자든 아니든, 연등을 달고 저마다 소원이 이뤄지기를 기원하는 사람이 많다.

연등으로 상징되는 부처의 빛으로 세상을 밝히는 등불이 되자는 다짐을 하는 것이다. 있는 사람은 있는 대로 가난한 이는 가난한 대로 자기의 처지에 맞는 등을 켜면서 소망을 빌고 자비심을 키우자는 연등행사는 그래서 부처님 오신 날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마침 앞으로 열흘 되는 날은 ‘6·2 지방선거 일’이다.

도지사와 교육감, 도의원 등 제주를 위해 일 할 일꾼들을 뽑는 날이다. 그래서 지역일꾼이 되고자 하는 각급 후보자들도 종교에 관계없이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사찰을 찾아 연등을 달거나 합장으로 불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들의 연등 달기나 합장 인사는 ‘당선 소망’을 담은 것이다.

당선만 시켜주면 최선을 다해 지역이나 제주발전을 위해 심부름꾼이 되겠다는 다짐인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다짐이 당선이 되고 난 다음에는 “언제 그랬느냐”는 듯 쉽게 잊어버리는 데 있다. 표가 급할 때는 머리 조아리며 겸손을 떨다가 당선이 확정되자마자 목이 뻣뻣해지는 교만을 부리는 경우를 우리는 많이 경험했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부처님 오신 날에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사찰을 찾아 연등을 달거나 불자들에게 합장하는 후보자들은 한 순간만이라도 이러한 선거전과 선거후의 이율배반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다. 후보자들이 부처님 오신 날 하루만이라도 좀 더 겸손하고 진정성을 가져 유권자들을 대했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