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북풍

2010-05-18     김종현

과거 선거에서 소위 북풍은 보수 정당에게 유리했다고 한다. 북한이 한국에 안보 위협을 하면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북한과 맞서 대립각을 세우는 정당이 표를 얻었다는 분석이다. 휴전선에서 총탄이 오가고 미사일이 날아 오르면 당시 공화당이나 민정당, 한나라당이 재미를 좀 본 모양이다.

선거 결과가 그렇다고 하니 뭔가 효과가 있었나보다 생각을 하게 되지만 개운하지가 않다. 북한이 위협을 하면 진보적인 정당에서는 항복이라도 한다는 것인가. 진보와 보수 정권의 대응 차이는 무었인가 궁금해 진다.

한일월드컵 한국과 터키의 3·4위전이 벌어지던 2002년 6월 29일 오전, 서해상에서는 북한 해군의 선제 기습공격으로 우리 해군 장병 6명이 전사하고 18명이 부상, 고속정 1척이 침몰했다.

 1999년 6월 15일 오전에 발생한 제1연평해전이 벌어진 지 3년 만에 같은 지역에서 발생한 남북 해전이다. 당시 우리 군이 얼마나 방비를 잘 했는지에 대해 논란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좌파 정부라 북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비난한다.

하지만 두차례 해전 이후 좌파라 불리는 정부에서는 북한군이 먼저 공격하기 힘들도록 대응절차와 방법을 단순하고 강경하게 바꾸고(도발시 북한선박의 2배의 함선이 출항해 대응, 방송후 경고사격, 밀어내기 없이 방송후 불응하면 직접사격) 기존 고속정보다 대형화된 신형고속정을 서해상에 투입했다.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는 북한을 외교적인 전략 없이 무조건 넘어오면 쏴버린다는 발상으로는 전쟁 위험성만 높일 뿐이다. 이번 천안함 사건에서도 일부 보수 정치인들은 당장이라도 북한으로 쳐들어 가야 한다는 듯 강경한 발언을 쏟아냈다. 전쟁이 나면 잃을 것이 거의 없는 북한보다 남한의 피해가 더욱 막심할 것이다.

 ‘전쟁 수준은 아니더라도 본때를 보이자’ 이렇게 말할지 모르지만 한반도에 위기가 만들어 질수록 국가적인 경제피해는 물론 소규모의 국지전이라도 발생하면 천안함 못지 않은 인명 피해를 가져 올 수 있다. 그래서 외교는 줄 것을 주더라도 이쪽이 더 큰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실리를 추구해야 하는 것이다.

참여정부 관계자는 이런 이유 때문에 김대중 정부나 노무현 정부가 퍼주기라는 비난을 받으면서도 햇볕 정책으로 북한을 달래고 현금 지원을 줄이는 대신 쌀, 비료, 시멘트 등 현물로 더 많은 지원을 해 왔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구호 의약품 지원까지 대부분 동결되면서 남북 관계는 얼어 붙고 급기야 천안함 공격이라는 전대미문의 사건까지 발생했다.

지금 정부는 천안함 사건 조사 결과 발표와 함께 북풍 분위기 조성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 야당의 주장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지금까지 보수 우파에 도움을 줬던 북풍이 이번 선거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앞서 말한대로 북한에 맞서 강하게 나가자는 우파의 정책은 위험 요소만 키우는 도박과 같은 정책이 될 수 있다. 전 정권에서 느끼지 못하던 불안을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

북한이 대놓고 포를 쏘며 공격해 온 것도 아니고 몰래 우리 방어선을 뚫고 들어와 함정을 침몰시켰다면 구멍 뚫린 안보에 대해 집권 여당이 책임을 질 일이다.

북한이 공격하고 있으니 선거에서 여당을 밀어 줘야 한다는 주장을 하려면 어떤 대북 정책을 쓸 것인지 부터 밝혀야 한다. 지금처럼 남북이 서로 마이웨이식 충돌을 계속 하겠다면 그 결과는 너무나 암울하다.

지금은 과거 70년대 식 유신체제하의 남북 관계로는 남북 모두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을 북한도 알고 정부도 알고 국민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 정몽준 대표를 비롯한 여권에서는 야당 후보를 북한의 대변인으로 지칭하고 상당수 후보를 친북 좌파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등 색깔론을 다시 꺼집어 내고 있다. 빨갱이를 척결하기위해 이번 선거에서 여당을 지지해 달라는 노골적인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면 빨갱이를 대하는 정책도 바뀌어야 한다. 박근혜 대표는 육영수 여사 시해사건의 배후인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을 2002년에 만났다. 이명박 대통령은 아직 김정일을 만나지 않았지만 언제든지 대화를 할 뜻이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일부 우익단체는 김정일을 만나는 정치 지도자들 때문에 천안함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국가 단체라는 북한 지도자를 만나는 일은 좌파나 우파나 마찬가지이고 북한의 공격에 대해 일정 수준의 맞대응을 하는 것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하나도 다른 것이 없다.

국민 여론을 봐서 적절하게 엄포도 놓고 대응도 하면서 뒤로 협상도 하는 것이 정치일 뿐이다. 강력한 보복을 하겠다는 당을 찍으면 만사가 편안해 질 것인지 불안해 질 것인지 이제는 따져 볼 수 있다.

김  종  현
기획취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