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사라봉 구석의 金萬德 碑
제주시 사라봉과 별도봉의 산책 코스는 명품이라고 느껴진다. 제주사람뿐 아니라 외부에서 온 사람들이 새벽 이 코스를 산책하면 아! 하는 감탄사가 저절로 나온다.
사라봉과 별도봉 두 오름을 한 바퀴 돌면 북녘으로 망망한 바다의 정경과 시리도록 시원한 상큼한 바닷바람이 온갖 현대문명공해에 찌든 몸과 마음을 한순간에 훨 훨 털어버리게 한다.
거기에 동녘에 오순도순 누어있는 오름 등성이로 해맑게 떠오르는 아침 햇살은 사람들을 흥분하도록 하고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는 동력이 된다.
사라봉은 영주10경에 첫째로 꼽히는 사봉 낙조가 있어 옛적부터 제주의 명물로 여기고 있다. 제주의 가장 북쪽해안에 있는 이 오름은 남쪽에 한라산이 품어 안은 듯이 누어있다.
사라봉은 이렇듯 자연 경치가 아름다울 뿐 아니라 한국의 근대사를 장식한 의병과 순국지사 그리고 희생과 봉사의 성인인 김만덕 의녀의 거대한 탑이 한라산을 마주하여 웅장하게 세워져 있다. 1977년 에 세운 모충사다. 여기에 요즘 새로운 구경꾼들이 몰려들고 있다.
바로 김만덕 기념관이다. 요즘 모방속사에서 거상 김만덕 열전이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자 관광 온 사람들이 하로 250명(주중)~500명(주말)이나 몰려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겨우50여명정도가 기웃거릴 정도였다고 한다. 이 기념관은 1989년에 세워졌고 165㎡(약 50평)이다.
그 안에는 한가운데 약 2m높이의 영정(홍익대 홍상문 교수 작)이 세워져있고 벽면에는 제주화가 강부언씨의 김만덕 의녀의 일생을 대형그림으로 만들어 걸려있다. 한상수 씨 가 소장하고 있는 혼례 복 등 유품 수십 점도 전시 되고 있다.
그림에는 빗물에 의한 얼룩이도 보인다. 전시관 안에 들어서면 통풍이 잘 안 돼 퀴퀴한 냄새가 코를 자극한다.
이 전시관 옆 음지엔 50여cm높이에 가로 세로 3m쯤 되는 흙 덤이 위에 60cm×25cm 크기의 초라하고 낡은 비석(醫女班首 金萬德墓)과 옹중석 4기가 마치 전쟁터에 버려진 어린이를 연상하게 하고 있다.
곁에는 얼마 전 대대적으로 홍보한 김추사의 친필 편액 恩光衍世란 글씨가 제주 둥근돌에 음각한 것이 역시 초라한 몰골로 세워져 아무도 돌아보지 않고 안내판조차 없이 버려져(?)있다.
뚜껑 없는 쓰레기통이 장식품같이 놓여 있고. 이런 것을 관광객들이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등이 오싹 해온다 광화문 거리의 호화찬란한 쌀 모으기 광경과 얼마 전 방송에 나온 이 사업회 대표자가 돈이 남아 외국 어린이들을 위한 자선사업을 하겠다는 거창한 이야기를 어떻게 소화 시켜야 하나를 생각 해 본다.
거창한 기념관을 세우기에 앞서 우선 저 초라한 모습만이라도 단장 하여 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간절해진다.
제주도역시 1980년부터 탐라문화제 때 탑 앞에서 만덕제와 만덕 봉사상 시상식을 엄숙하고 화려하게 거행하면서도 30년 넘도록 저런 모습을 남의 일인 냥 외면하고 있다.
김만덕은 단순히 봉사의 대명사가 아니다. 제주여성의 가진 힘 과 지혜와 용기의 상징이다. 이정신을 제주인들과 한국의 모든 여성들에게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계기를 만들어야한다.
김만덕의 쌀 나눔 행사를 1회성 이벤트쯤으로 해선 오히려 김만덕의 위대함에 흠집을 내는 결과가 될 것이다.
신 상 범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