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화와 균형
우리 나라 전체가 마치 두갈래로 양분된 것 같다.
핵심 사안마다 찬·반 으로 편이 갈라져 ‘죽기 아니면 살기’로 사생결단식 격렬한 논쟁을 벌이면서 “너를 누르고 내가 모든 것을 차지하겠다”는 극단적 이기심으로 우리의 삶과 사회를 위기로 내몰고 있다.
물론 다양성을 추구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논쟁은 최선의 정책과 길을 찾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과정이다. 사회구성원들이 토론과 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입장을 개진하면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고 그럼으로써 사회통합을 밑바탕으로 강한 추진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데 장점이 있다. 그래서 양보와 타협의 시스템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하는 임무가 바로 정치권이다.
그러나 사회갈등을 조정해서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기능을 해야할 정치권이 이러한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채 지금까지의 대부분 논쟁들이 그래왔듯이 오히려 정치권이 그 중심에 서서 비생산적인 소모적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치적 관점에서 어떤형태로든 이념논쟁은 매우 중요한 화두일수도 있다. 그러나 이념논쟁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아직도 한가하게 진보니 보수니 하며 논쟁을 벌일 시간적 여유가 없다. 지금 서민들의 가장 절박한 문제인 먹고사는 것과 관계없는 정치권 논쟁은 공허하고 소모적이다.
현재의 경제상황을 두고도 ‘위기다’ ‘아니다’ 하는 논쟁자체도 사실 별 의미가 없다. 위기라고 주장하는 사람과 낙관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모두 실물경제지표를 논거로 들이대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판정기준이 없기 때문에 결론을 내기가 쉽지않기 때문에, 차라리 경제상황 그 자체에 대한 논쟁보다는 오히려 고달픈 우리 서민들의 삶을 어루만지는 정책수립이 더 시급한 상황이다.
양파껍질처럼 벗겨도 벗겨도 논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동일한 사안을 두고도 서로 다른 가치관이 충돌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눈금이 서로 다른 자로는 똑같은 길이를 재고도 각기 다른 수치가 나올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각종 사안들을 이념이라는 잣대로만 재단하면 막상 본질은 외면되고, 결국 사회는 분열되고 갈등만 양산할 뿐이다.
민족의 운명이 걸린 전쟁이나 국가간의 분쟁에서의 2등은 무의미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과 사람이 부대끼는 우리 인간관계에서의 승자와 패자는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다른 의미는 있을성 싶지가 않다.
살다보면 일상적으로 크고 작은 시비가 생겨 아웅다웅하면서 살아가야하는 우리네 인생사에 사소한 일을 가지고서도 쉽게 감정싸움을 하기 마련이지만, 이기고 지는 일에 항상 목을 매야하는 까닭이 어디에 있으며, 그리고 죽고사는 일이 아니고서야 이겨본들 어떻고 또한 져준들 대수롭지 않는 것이 인생살이가 아닌가 싶다.
결국 나와 너, 우리와 그들을 이분법으로 분리해 놓고 싸우면 우리의 미래는 절망에 이를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있어야 비로소 내가 있을 수 있다는 조화와 균형의 원리가 절실히 필요한 때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