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지방선거와 이야기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정치적 동물이다. 그리고 인간은 유일하게 언어를 지닌 동물이다."라고 했다. 이 말은 보통 "인간은 정치적이고 이성적인 존재다"로 서양철학은 풀이한다.
여기서는 언어가 이성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식에 맞게 언어를 '이성'이 아닌 '이야기'로 풀면 더 재미있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인간은 이야기를 하는 정치적 동물이다"가 된다.
요즘 제주에서도 6월2일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당선되기 위해서 온갖 자신을 부각시킬 수 있는 이야기를 동원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들어야하는 유권자들도 나름대로 자신들의 느낌과 생각되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런 지금의 현상에 대하여 아리스토텔레스의 명언을 한 단계 더 풀면 “인간은 선거를 하는 정치적 동물이다.”라고 확대해석을 해도 말은 된다. 더 한 단계 확대하면 삶은 이야기다. 라고 할 수 있다.우리는 누구나 이야기를 한다. 우리의 삶은 탄생, 성장, 사랑과 이별,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 이야기들이 서로 얽히거나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섞이면서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기도 한다. 삶은 이야기 의 진행이다. 이번 선거에도 입후보자들의 말을 잘 풀면 당선되고, 반대로 말을 잘 풀지 못하면 낙선되는 것이다.
우리는 의미 있는 삶의 이야기를 완성하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하기도 하고, 뜻한 대로 삶의 이야기를 완성하지 못할 것으로 여겨질 때는 삶 자체를 포기하기도 한다.
더 좋은 점수와 더 편안한 미래를 위해 머리 싸매고 공부하는 수험생도 많고, 힘 있고 돈 있는 남자들의 방탕한 이야기에 더럽혀진 인생을 한탄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유명한 인기여배우도 있다.
모두 삶에 부여한 의미에 대한 반응이다. 이야기는 그러한 의미들을 이어주는 흐름이다. 그 의미들이 잘 흐르지 않으면 불행하고 병에도 잘 걸리지만, 매끄럽고 감성적인 이야기로 완성되면 건강하고 행복하며 삶의 매력적이다.
정신과 의사이며 오스트리아 대학교수인 빅토르 프랑클이는 세계2차대전시 아우슈비츠의 참혹한 상황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은 언제 끝날지 모를 삶에 시시각각 의미를 부여해 인생을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죽음의 공포가 늘 따라다니는 수용소 생활 속에서도 의미치료(意味治療, logotherapy)의 체계를 완성한 원고를 탈고했다.
자신의 책 내용을 몸소 실천하여 삶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 냄으로써 건강 또한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느리게 읽기, 빅토르프랑클저, 이희재역> 삶을 의미 있는 이야기로 재구성하면 몸과 마음의 치유가 저절로 일어난다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그 이야기를 따라 살아가는 것이 자신의 몸과 마음이다.정치적 동물인 인간은 나의 이야기를 할 뿐 아니라 나와 다른 사람, 집단, 계층, 직업에 속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도 귀를 기울인다.
더구나 지역정치지도자를 할여면 마땅히 다양한 개인과 집단이 만들어내는 복잡한 이야기들을 정리하고, 그것을 하나의 큰 흐름으로 묶어내는 능력과 아량을 가져야 한다.
거기서 우리가 추구해야 할 공통의 가치를 찾아내어 제시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우리 모두가 함께 써 나가야 할 그야말로 '말이 되는'이야기의 줄거리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게 자격 있는 지역정치 지도자다. 그런데 들려오는 선거공약 이야기들은 전혀 말이 안 되거나 억지로 꾸며낸 것들이어서 정치적 동물이며 이야기의 존재인 우리를 서글프게 한다.
우선 말하고 싶은 것은 이런 것들이다. 제주지역의 발전 배경(back ground)이나 총론적인 빛바랜 정책들을 가지고는 세계화시대에 도민들의 피부로 겪고 있는 삶의 힘듦을 달래주지 못한다.
어디서나, 언제나 들을 수 있는 중고등학교 경제교과서에 있는 구호 같은 정책은 식상한 것이다. 지금 선거 후보자들의 이야기해야 할 것은 지금의 문제에 대하여, 지금의 암울에 대하여, 시선하고 충격적인 개혁적 정책이다.
이렇기 위한 이야기 줄거리는 국제자유도시 맥락에 매우 부족한 하드파워를 매워 줄 수 있는 극히 세부적인 소프트파워에 대한 이야기가 시급한 것이다. 뜻있는 대다수 도민들의 바라고 있는 아이템이다.
얼마 안 있어 우리는 새로운 도지사를 선택하게 되고 새로운 지방정부를 맞이하게 된다. 이런 선택들에 앞서 진솔하고 말이 되는 이야기꾼을 선택하여야 한다.
이유는 잘사는 사람, 못사는 사람, 공부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 시골사람과 도시사람, 집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나이든 사람과 젊은 사람이 같이 이야기 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발전의 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