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헛공약에 속지 말자

2010-04-20     한경훈

6·2지방선거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예비후보들의 득표활동은 이미 불이 붙었다.

 각종 행사장을 찾아 명함 돌리기 등 얼굴 알리기 발품이 부산하다.

도지사 후보군들은 도민의 관심을 얻기 위한 정책 공약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유권자들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집권 청사진을 하나하나씩 꺼내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유권자의 이목을 확 잡아끌만한 신선한 내용의 공약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미 거론되던 정책을 새롭게 포장해 제시하는 공약이 대부분이고, 게 중에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후보자들이 발표함직 한 내용도 보인다. 또 어떤 정책은 과연 현실성이 있나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허황된 공약을 남발하고 말만 앞세운 정치인을 골라낼 수 있는 유권자의 현명함이 요구된다.

실현가능성 없는 공약 남발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인 후르시초프는 정치인의 속성에 대해 이런 명언을 남겼다.

 “정치인은 강물이 없는데도 다리를 놓아 주겠다고 약속하는 사람들이다”.

정치인들이 대중인기를 유발하기 위해 온갖 말과 방법을 동원하는 점을 빗댄 말이다.

정치인 공약은 때론 한 사회를 분열과 갈등의 구렁텅이로 몰아넣기도 한다.

대표적인 경우가 세종시 문제다.

세종시는 2002년의 대통령 선거에서 노무현 후보가 '수도의 충청도 이전'이라는 공약을 내놓으면서 생겨났다.

노 전 대통령 스스로 “수도 이전 공약으로 선거에서 재미 좀 봤다”고 털어났듯이 그의 공약은 충청도의 표를 얻겠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데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법은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공약을 지키기 위한 일환으로 정부 부처의 일부를 충청도로 옮기는 방안으로 축소 조정돼 탄생한 것이 세종시다.

최근 제주에서는 모 도지사 예비후보가 산남·산북의 균형발전을 위해 제주도청의 산남 이전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파격 공약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공약에 일부 산남 사람들은 솔깃했을지 모르지만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너무 나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도청을 산남으로 옮기는 것은 행정수도 이전 못지않게 혼란을 부채질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사람들조차 이 공약에 그리 관심을 갖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다.

유권자, 정책虛實 판단 역량 필요

선거 때면 표를 구하러 나서는 이마다 지역을 발전시키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러나 정작 선거가 끝난 뒤엔 살기가 갈수록 어렵다는 민초들의 아우성만 늘어난다.

공약(公約)이 말 그대로 공약(空約)으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은 어떤 후보가 공직자로서 자질을 갖췄는지 공약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학연, 지연을 떠나 지역의 발전을 도모하고 주민의 삶을 향상시킬 수 있는 ‘참된 일꾼’을 뽑아야 한다.

당장에 표를 얻기 위해 그럴 듯한 공약을 늘어놓고 나중에 나몰라라 하는 사람을 당선시켜서는 안 된다.

그러자면 우선 후보자들이 내놓은 공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후보들의 정책 지향을 면밀히 뜯어보고 투표에 임해야 한다.

한번 선택으로 4년이란 시간을 보내야만 하기 때문에 인물 선택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무수한 경험을 통해 잘못된 선택이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게 하는지 뼈저리게 느꼈던 터다.

대의제 민주주의가 제대로 꽃피기 위해서는 유권자들이 후보자들 정책을 뜯어보고 그 허실(虛實)을 가려 낼 줄 아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한  경  훈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