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해녀물질 대회에 대한 소고
‘곤고한 날들만큼이나 헤어진 검정 물 옷 입고 /해풍에 등 대고 기다리는 /푸른 바다로 물질을 간다 /질척대는 남편에게 몸을 주듯 /철썩이는 물살에 내어 주고 /자맥질해 내려간다 /갈매기조차 놓고 간 시간 속으로 /파도에 밀려온 날들만큼이나 /칙칙하고 어둑해진 물속 /죽고 사는 것이 /숨 한끝 밖인 그 가장자리 /천년을 가라앉아 기다리고 있는 /바위 문 두드려 본다 /· · ·’시인 강정식은 제주해녀의 고단한 삶을 이렇게 묘사했다.
어제 산업인력관리공단 제주지사 주최로 ‘제주해녀 물질대회’라는 이색적인 경기를 펼쳤다. 지방기능경기대회와 더불어 지역특성에 맞는 직종을 선정하여 대회를 치르고 육성해나간다는 취지였다. 전통적인 생업수단을 기능대회로 승화시킨 사례는 제주해녀물질대회가 최초라고 한다.
탐라국이 역사가 시작하던 날부터 이 땅의 남자들은 거친 돌밭을 갈아야 했고 여인들은 김을 매거나, 갈맷빛 바다 속으로 뛰어들어 해산물을 채취하는 등 먹을 것을 마련해야 했다. 제주는 바람 많고 돌 많아 황량한 벌판으로 먹을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척박한 땅이었다. 음식을 마련해야 된다는 여인들의 생각이 바다 속에 머물지 않았나 생각된다. 어찌 보면 물질작업은 태고적부터 형성된 제주여자들의 생업수단으로 이곳의 역사의 장속에 빼놓을 수 없는 기록이 되었다.
강인함과 근면성은 제주여인의 상징이다. 제주의 아낙네들은 나약한 여자의 몸으로 고달프고 험난한 바다속에서 삶을 일구며 인간의 한계를 극복해 왔다. 도내에서 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는 물론, 동남아와 일본 등지로 원정물질을 다니면서 제주경제를 일궜고 한때는 일제의 수탈에 맞서 생존권을 찾기 위해 항일운동도 펼쳤었다.
해녀들은 생사를 초월한 강인한 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들이 깊은 바다속에서 자맥질 하는 자체가 목숨을 담보로 하는 위험한 일이기 때문이다. 바다는 잠잠하다가도 갑작스레 파랑이 일어 온 몸을 삼켜버릴 듯이 거칠어지기도 하고 해류의 이동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해녀들은 바다속 20미터까지 들어가 2-3분씩 견디면서 소라와 전복, 미역 등을 캐낸다. 해녀들이 자맥질하다 숨이 멎을 듯 한 순간 ‘호이잇’하고 뿜어내는 숨비소리는 제주여인의 한의 소리처럼 들린다고 한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 일을 반복하면서 망사에 가득담은 해산물을 들고 나오는 해녀의 모습 뒤에는 이어도의 꿈이 깃들어 있었다.
현재 생업으로 물질하는 해녀숫자는 제주도에 5천2백여명, 동해안 천여명, 남해안 6백명 서해안 5백명 등 전국적으로 7천3백명 쯤 남아있다고 한다.
제주도의 자료에 의하면 도내 등록된 10,658명의 해녀들 가운데 실제로 물질하는 해녀는 절반정도인 5,244명이라고 했다. 이들의 나이는 50-80대에 속한 고령자들이 95%에 달하는 4,981명으로 주를 이루고 있으며, 40대 253명, 30대 10명이며, 최연소 해녀는 올 해 37세로 파악되고 있다.
해녀라는 힘든 삶을 살려고 하는 젊은 여성이 없기 때문이다. 해녀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어 금세기가 지나면 해녀 일을 하는 여성은 찾아보기 어려울 것 같아 보인다.
해녀문화의 보존
제주해녀의 역사와 문화는 널리 알려져 있다. 별다른 장비 없이 바다속에서 소라나 전복을 캐내는 여성은 제주해녀가 유일하기 때문에 생업수단으로 제주해녀는 희귀한 존재로 여기고 있다.
도 당국에서는 제주해녀를 2015년 유네스코 생업문화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준비를 해 나가고 있다.
일출봉 주변 속칭‘우뭇개’해안에서 물질작업을 벌이는 모습을 국내외 관광객에게 공개하고 관광객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나가고 있으며, 세계인과 문화적 공유를 위한 세계해녀문화축제도 개최할 계획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생업수단이 급변하는 사회 환경으로 인해 수입이 보잘 것 없고 고달픈 직업이라면 누가 사서 그 고생을 감당하려 하겠는가. 해녀의 정책적인 육성은 물론 해녀문화에 대한 보존과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중한 문화자원을 사장시킬 위기에 놓여 있다.
전수생을 선발육성하고 생업물질이 아닌 관광자원으로서의 물질을 할 수 있도록 하여 해녀문화의 보전과 전승을 위한 작업을 펼쳐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산업인력관리공단제주지사가 올 해 세 번째로 개최한 해녀물질대회도 한수풀 해녀학교와 더불어 해녀문화의 전승을 위한 마중물의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믿어 본다.
강 선 종
총괄본부장/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