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선순위는 ‘4.3 추모일’ 지정
지난 3일 제주시 봉개동 ‘4·3 평화 공원’에서 제62주년 제주 4·3사건 희생자 위령제가 있었다. 유족과 도민 등 1만여명이 참석했던 대규모 추념행사였다. 4·3사건이 발생한 후 62년이 지났는데도 매해 이처럼 수만은 추념인파가 몰려 드는 것은 제주도민의 가슴속에는 아직도 살아있는 역사로 ‘4·3’이 새겨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아직도 4·3의 문제가 해원(解寃)되지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무자비한 공권력에 의해 수많은 양민이 학살되고 핍박받았으며 도민의 생활터전이 초토화 되었던 비극적 상황이 제주도민의 가슴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후 62주년, 제주4·3특별법이 제정 된지 10년, 세월은 무심하게 흘러도 도민의 가슴속에 ‘4·3의 상채기’가 아물지 못하고 고스란히 남아 있는 것은 ‘4·3과 제주도민’을 보는 정부의 시각이 편안하지 않다는 증좌이기도 하다.
이번 4·3 62돌 추념식에 참석을 약속했던 정운찬 총리가 참석하지 않은 것도 ‘제주 4·3’을 보는 정부의 인식이 편치 않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물론 백령도 근해에서 천안함 침몰사고와 구조대원 고(故) 한주호 준위의 영결식 참석 등 불가피한 사정을 이해한다고 해도 ‘4·3 문제 해결’과 관련한 정부의 메시지는 분명했어야 했다.
대신 읽은 추도사를 통해서라도 정부의 ‘4·3 추모일 지정’, ‘4·3 중앙위원회의 추가 희생자·유족 조속 심의 결정’, ‘유족 진료비나 고령 피해자 생계비 지원’ 등 정부가 책임지고 4·3의 남은 과제 해결에 나서겠다고 약속 할 수도 있는 일이다. 행사 때만 희생자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의 슬픔에 애도를 표한다고 하면서도 이들 유가족이나 피해자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 대책은 없다. 여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대표들이 행사장을 찾아 여러 소리를 하지만 그저 한 번 해보는 겉치레 말로만 끝나고 있다. 정부나 여야 정치권이 진정 4·3의 아픔을 치유시키려는 마음이 있다면 우선 4·3 추모일 지정이나 희생자나 유족 심의를 빨리 마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