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우리들의 진정한 영웅 ‘故한주호 준위'

2010-04-04     고안석 기자



우리시대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인가.

흔히 영웅이라 함은 뛰어난 지혜와 용기로 남들이 하지 못하는 일을 해내는 사람을 일컫는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영웅들이 살아왔다.

이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나라와 민족의 위기 속에 나타났다는 점이다.

또한 특유의 뚝심과 용기로 이런 위기들을 극복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이들을 주저없이 영웅이라 말한다.

하지만 이런 책속의 영웅의 이미지는 현대사회에 와서는 조금씩 그 모습을 달리하고 있다.

남들보다 뛰어난 능력이 아닌 우리들 삶 속에 영웅들이 숨어있는 것이다.

우리는 평소에는 그들이 영웅인지를 알지 못한다.

과거의 영웅들은 위기에 처한 나라와 민족을 구한 사람이라고 일컬어진다면 현대의 영웅들은 그런 큰 개념이 아니다.

현대판 영웅들은 영웅이라고 불리기에는 너무나 평범하다.

상품백화점 붕괴당시 잔해 속에 갇혀있는 사람들의 구하기 위해 사고 현장으로 달려간 구조대원들이 현대의 영웅이요, 대구 지하철 폭파당시 매몰된 생존자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사람들이 우리네 영웅이다.

또한 성수대교 붕괴당시 귀중한 인명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불사하고 현장에서 고군분투한 이들이 진정한 현대판 영웅이다.

지하철에 떨어진 타국의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던진 대학생 또한 우리네 진정한 히어로다.

이렇듯 현대판 영웅들은 우리네 삶 속에 묻혀 살아가고 있기에 우리는 누가 영웅이고 아닌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영웅은 과거나 지금이나 공통된 요소가 있다.

바로 위기때 그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영웅은 되고 싶다고 아무나 되는 것도 아니고, 되고 싶지 않다고 피해갈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영웅은 하늘이 내기에 우리 인간들은 그 하늘의 부름을 무시할 수는 없다.

故한주호 준위 또한 하늘의 부름을 받은 우리네 영웅이다.

자신의 직접 나서야 할 일도 아닌데 한 준위는 자신이 가야한다면 사고현장으로 뛰어갔다.

나서지 말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 준위는 자신의 사명을 잘 알고 있었기에 차마 현실의 불행을 외면하지 못했다.

그리고 4일간의 고된 잠수활동과 죽음. 불행을 피할 수도 있었지만 한 준위는 기꺼이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평생 함께 해온 바다속에 내던졌다.

이 죽음을 보고 우리는 울었다. 한 군인의 죽음이 아닌 우리네 영웅을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잊었다.

영결식장에서 동료 대원들은 그동안 참았던 뜨거운 눈물을 쏟아냈다.

우리네 또 한명의 영웅이 우리 곁을 떠나는 순간 국민들은 가던 길을 멈추고 그의 명복을 빌었다.

‘UDT’란 글자가 새겨진 빨간 모자를 유난히 좋아했던 한 준위는 이렇게 우리 곁을 떠났다.

동료를 구해야 한다는 신념 하나로 그 차가운 바다속에서 산소통 하나에 목숨을 의지한 채 4일간의 사투를 벌인 그가 이제는 영웅이란 이름으로 우리 곁에 남게됐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 한 아내의 남편으로, 한 부모의 아들로 살아왔던 한 준위.

그는 우리에게 책임감이 무엇인지, 동료애가 무엇인지, 신념이 무엇인지, 군인정신이 무엇인지를 똑똑히 가르쳐 줬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비는 바이다.

고  안  석
문화/체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