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서도 강간상해죄 '특강법 누범가중' 엇갈린 판단
고법, '1심 낮은 형 적용' 판결 파기

법조인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로 논란 정리해야"

2010-03-18     김광호

부산 여중생 성폭력 살해사건을 계기로 성범죄를 보다 엄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물론 검찰과 법원은 이 사건 이전부터 이미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 대해 대부분 높은 양형을 구형하고 선고하고 있다.

그런데 강간상해 등 누범기간 중 성폭력 피고인에 대한 법 적용을 놓고 판사들의 입장이 다른가 하면, 1.2심이 엇갈린 판결을 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도내에서도 누범기간 중 범죄를 저지른 40대 강간상해 피고인에 대해 원심과 항소심이 각각 다른 판결을 내려 눈길을 끌고 있다.

제주지법 제2형사부는 지난 해 12월10일 강간상해 및 감금 혐의로 구속 기소된 강 모 피고인(45)에 대해 ‘누범의 형은 그 죄에 정한 형의 장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는 형법 제35조(누범)를 적용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광주고법 제주형사부(재판장 박흥대 제주지법원장)는 17일 이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은 비록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 누범가중의 적용법조로 형법 제35조 만이 기재돼 있더라도, 이에 구애되지 말고 강간상해죄에 대해서는 특정강력범죄의 처벌에 관한 특례법 제3조에 따라 누범가중을 적용해야 함에도 형법 제35조를 적용함으로써 법률의 적용을 그르쳐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특강법 제3조(누범의 형)는 ‘특정강력범죄로 형을 받아 그 집행을 종료하거나 면제받은 후 3년 이내에 다시 특정강력범죄를 범한 때에는 그 형에 정한 형의 장기 및 단기의 2배까지 가중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재판부는 “이같이 누범가중 등을 거친 처단형의 하한이 징역 10년이므로, 피고인에 대해 최소 10년 이상의 징역형이 처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검사는 항소하지 않고) 피고인만이 (형이 무겁다며) 항소했기 때문에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상 원심 선고 형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할 수 없으므로 원심과 동일한 형(징역 7년)을 선고한다”고 판시했다.

1998년 4월 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고 2008년 3월 형을 마친 강 씨는 지난 해 7월10일 오전 3시께 제주시 연동 소재 모 아파트 경비실 계단에 술에 취해 쓰러진 A씨(25.여)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가 성폭행하고 감금한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한 법조인은 “공소장에 ‘특강법 누범가중’을 적용하지 않은 검찰이나, 이를 그대로 적용한 1심 재판부도 문제지만, 판사가 직권으로 특강법상의 누범가중 조항을 적용해야 하는지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는 대법원도 문제”라며 “대법원은 조속히 전원합의체 판결을 내려 이에 대한 논란을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