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남 칼럼] 출마해서 안 되는 이유
‘성희롱 전력’ 파문 一波萬波
부끄럽다. 전국적 비웃음거리가 되는 이른바 ‘우근민 성희롱 전력’ 파문 때문이다. 우근민 전 제주지사는 대법원에서 ‘성희롱 확정 판결’을 받았다.
이에 따라 피해여성에 대한 배상도 했다. 법리대로라면 부끄러운 ‘성범죄자’다. 성희롱 범죄 전과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피해여성이나 여성단체에 엎드려 가슴 치며 잘못을 빌어야 했다. 도민에게 사죄하고 모닥불처럼 뜨거운 수치심으로 회오(悔悟)했어야 했다.
상식적 도덕성 수준으로서는 그렇다. 그런데 중증의 도덕불감증이었다. 얼굴에 철판을 깐 듯 뻔뻔했다. 석고대죄(席藁待罪)로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피해여성과 여성단체장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고소는 기각됐다. ‘후안무치(厚顔無恥)도 유분수’라는 말이 나왔던 이유다. 2002년 1월사건 발생 때부터 2006년12월 대법원 확정 판결 때까지 ‘성희롱 도지사’는 제주도민에 대한 전국적 조롱거리가 됐다.
도민의 명예와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졌다. 그런 그가 6·2 지방선거 제주도지사에 출마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도덕성과 개혁성을 무기로 한다는 민주당은 그를 복당시키고 공천심사까지 한다고 한다.
이에 대한 당내외의 비판은 격렬하다. 6,2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우근민 성희롱 블랙홀’에 빠져 우왕좌왕이다.
전국 53개 시민단체에서도 최근 그의 부도덕한 정치복귀 행태에 심한 야유를 보내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본인은 “성범죄 전력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우습게 만들어 버린 꼴이다.
정치권 논란에 대해서도 ‘마녀사냥 식 정치테러’운운하며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 심각한 수준의 모럴 헤저드다. 도지사 출마가 가당치않은 치명적 도덕성 흠결이다. 출마해서는 아니 될 첫 번째 이유다.
도지사 재선거 원인 제공
또 있다. 2004년6월에는 도지사 재선거가 있었다. 수 십 억 원의 국민혈세를 낭비시킨 재선거였다. 이때 지불한 사회적 혼란과 비용도 엄청났다. 이 역시 ‘성희롱 파문’처럼 우근민 전 지사가 원인제공자였다.
2002년 도지사 선거당시 허위사실 유포 등 선거법 위반으로 대법원 확정판결을 받고 우 지사의 당선은 무효화됐다. 도지사 재선거의 원인이었다.
이때부터 5년간 공민권이 박탈됐다. ‘허위사실 유포’는 흑색선전, 상대방 음해나 비방과 함께 가장 악랄한 타락선거의 유형으로 꼽힌다.
그런 타락선거로 수십억 혈세가 들어간 도지사 선거를 무효화시키고 다시 거액의 혈세를 낭비하는 도지사 재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던 장본인이라면 선거에 관한 한 자중자애(自重自愛)하는 것이 양식 있는 사람의 최소한 금도(襟度)다. 그런데도 공민권이 회복되자마자 ‘도지사 권력 사냥’에 나섰다.
부정·타락 선거의 척결과 공명선거를 위해 행사하는 선거법만 우스운 꼴이 된 셈이다. 여기에다 “공무원 줄세우기와 편가르기, 도민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고 심화시킨 한 축 이었다”는 비판적 여론을 받았었다.
그렇다면 도지사선거 출마로 또 다른 혼란을 부를 일이 아니다. 갈등 치유와 사회통합에 나서야 하는 것이 순리이고 순서인 것이다.
그러나 도지사 재선거 원인 제공자로서의 반성의 기미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무책임한 일이다. 정직하지도 않다. 그의 도지사 출마에 동의하고 싶지 않은 두 번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불출마 용단이 최소한 도리
‘욕심이 잉태되면 죄를 낳고 죄가 자라서 죽음에 이른다’고 했다. 성경말씀이다. 프랑스 혁명사를 연구했던 ‘G 르페브르’는 ‘가장 경멸해야 할 대상은 권력욕에 눈먼 지도자’라 했다. 우근민 전지사는 관선 2대(27대·28대), 민선2대(32대·33대) 제주도지사를 지냈다.
네 번이나 도지사 권력을 누렸다. 재임기간만 8년이었다. “할 만큼 했고 권력과 명예를 누릴 만큼 누렸으니 이제는 욕심을 버리고 후진에게 길을 열어줘야 할 때”라는 그에 대한 ‘2선후퇴론’도 여기서 비롯됐다.
새로운 변화의 시대정신에 맞게 새로운 인물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김태환지사 불출마 선언과 함께 제기되는 ‘세대교체론’이나 ‘김태환·우근민 동반 퇴진론’에 대한 정서적 공감대는 광범위하다.
6.2지방선거 도지사 출사표를 내놓은 예비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모두 도덕성이나 책임감은 물론 능력 면에서도 충분한 자격을 갖춘 인물들이다.
이런 후진들에게 선의의 경쟁을 통해 제주를 이끌어 갈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고 떠나는 아름다운 퇴장이 보고 싶은 것이다.
“내가 아니면 아니 된다”는 욕심으로는 제주의 미래를 기대할 수가 없다. 사실 우전지사의 재임 8년에 대한 일반의 평가는 호의적이지 않다. 뽐낼만한 뚜렷한 업적도 없다.
‘성희롱 사건’ ‘도지사 재선거 원인 제공’ ‘공무원 편가르기’ ‘사회분열과 갈등’ 같은 부정적 이미지만 살아 있을 뿐이다. 불출마 용단이 필요한 세 번째 이유다. 그러기에 이제는 탐욕의 끈을 놓아야 할 때다.
그것이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부채를 갚는 일이다. 지도자가 존경은 받지 못하더라도 경멸을 받는 다면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 덕 남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