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제주 ! 조그마한 배려가 아쉽다
연일 비가 쏟아진다. 비가 오는 날이면 마음까지도 음산하게 만든다. 때론 빗방울이 생명력을 잉태하기도 한다. 겨우내 죽은 줄만 알았던 목련나무도 기지개를 펴면서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자태가 너무 곱기만 한 3월이다.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한해가 오면 어른도 마찬가지이지만 아이들도 새해를 준비하기에 무척 바쁘기만 하다 특히 새 학년으로 넘어가는 3월이면 더욱 그렇다.
기술이 발달로 편리함을 찾는 현대인들이 모든 것을 쉽게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함에 따라 이에 맞춰 도내에서도 대형마트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때로는 옛 향취에 젖어 들기도 하여 재래시장을 찾기도 한다. 재래시장은 사람의 냄새가 나고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런 곳으로 연상되곤 해서 가끔 씩 나타나는 향수병을 달래수 있는 곳이기도 하여 재래시장을 찾기도 한다.
마침 서울에서 친지가 찾아와서 재래시장을 보고 싶다고 해서 이제는 재래시장도 손님들을 맞이할 주차장등 편의시설이 마련되어서 큰 불편이 없다고 자랑스러게 말하고는 자동차를 타고 시장으로 향했다.
시장으로 가는 길 양쪽에는 질서없이 주차되어 있는 차들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마침 주차장이 보이길래 주차장 안으로 들어가 보니 주차되어 있는 차들은 많이 없었다.
주말임에도 손님들이 많이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손님들이 주차장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 아닌가, 홍보가 부족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주차장에 주차하고 어르신이 몸이 불편해서 여기 엘리베이터는 없는가 하고 보니 건물 한켠에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연로하신 어르신을 모시고 그곳에 가보니 아뿔사 운행정지라는 것이다. 반대편에서 아기를 데리고 만삭이 된 임산부가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오더니 엘리베이터가 운행이 되지 않는 것을 알고 실망하는 표정이 영력했다.
엘리베이터로 내려가는 것을 포기하고 계단으로 내려가기 위해 어르신이 혹 넘어 질까봐 계단 하나하나를 조심스럽게 부추켜 드렸다.
1층까지 간신히 내려갔는데 딸아이가 용변이 보고 싶다고 해서 화장실을 찾았는데 화장실 앞에는 짐들이 널려 있었고 이 또한 사용할 수 없다는 표시가 있었다. 주변 화장실을 찾다가 전에 가봤던 중앙지하상가에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생각나서 어르신께 여기에 잠깐 계시라고 하고 지하상가까지 달려갔다.
달려갈 때 딸아이는 얼굴이 긴장된 듯 땀방울이 송송 이마에 맺혀 있었으며 천진난만하고 깨끗한 얼굴이 찌푸린 얼굴로 변해가고 있었다.
재래시장을 구경시켜 드리겠다고 어르신을 모시고 온 필자가 미리 이러한 것을 사전에 알아보지 못한 잘못도 있지만 조금만 배려가 있었더라면 하는 맘이 앞서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여곡절 끝에 시장에 들어서 보니 처음에 눈살을 찌푸리게 했던 생각들은 온데 간데 없어지고 상인들이 손님들에게 대하는 친절과 싱싱한 고기, 풍성한 야채, 그리고 시장을 둘러보는 사람들을 보면서 역시 시장은 재래시장이야 맘속으로나마 외칠 수 있는 그런 날이었다.
제주를 국제자유도시라고 한다. 국제자유도시, 그것은 자유로운 도시인가, 편리한 도시인가 한번쯤 생각해 볼만하다.
윤 예 원
제주시 용담1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