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조합장 선거도 개혁해야

2010-03-09     제주타임스


최근 취임한 도내 한 지역농협 조합장은 취임사에서 “사사로운 개인 이익을 철저히 배제하고 조합원과 고객의 공통된 이익창출에 초점을 맞춰 다수가 만족하는 조합으로 운영해 나가겠다”고 소감을 포부로 대신했다.

마음만 먹으면 사익을 챙길 수 있다는 조합장의 권한을 상징적으로 내포하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은 최근 제주농협 업무보고회에 앞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중앙회의 개혁 의지에도 일부 지역에서 조합장 불법선거 사례가 나타나고 있어 송구스럽다”며 “중앙회 차원에서 감사부문을 강화해 나가고 있고 조합장 사고 발생시 중앙회 지원을 제한하는 등 조치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조합 선거 과정에 문제가 되는 곳은 반드시 공개사과토록 할 것”이라며 “조합장 선거 문제 조합을 절대 도와줄 생각을 하지 말라고 지역본부에 지시했다”며 엄정 대응 의지를 밝혔다.

최 회장은 조합장 불법 선거 근절 대책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전국에서 극히 일부 사례“라고 항변하면서도 “아픈 곳을 찔렀다.

 2~3년 내 해결하겠다. 지켜봐 달라”고 언급했다.

전국에서 농협 조합장 선거가 일제히 치러지면서 금품수수 등 고질적 불법 선거운동이 올해에도 어김없이 재연되고 있다.

최근에는 전남 신안군 임자도 주민 3000여명 중 1000여명이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돈을 받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로 인해 지역공동체는 붕괴 위기에 놓였다. 참으로 씁쓸한 일이다.

전국 1187개 농협 조합 중 지난해 조합장 선거를 치른 곳은 472개, 올해 3월말까지 선거가 예정돼 있거나 끝난 조합은 461개에 이른다.

지난해 상반기 실시된 262건의 조합장 선거에서 금품·음식물 제공 등 61건의 불법 행위가 적발됐다고 한다.

이처럼 불법 타락선거가 고개를 들자 농협중앙회가 불법 조합장 선거를 막기 위한 노력을 어느 때보다 강도높게 펼쳤다.

농협은 1월 서울에서 긴급 지역본부장 회의를 열고 조합장 공명 선거 특별 추진 대책을 시달했다.

 이어 농협 16개 지역본부 주관으로 지역별로 공명 선거 추진 결의 대회를 갖기도 했다.

지검 검사를 초청, 공명선거를 위한 특강도 했다. 더욱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치러져 더 없이 공명성이 요구됐다.

하지만 공명 선거 구호는 헛구호에 그쳤고 결의 대회는 일회성으로 끝나고 말았다.

 제주지역에서도 지난해 10군데, 올들어 지난 3일까지 15군데 농.수협 등 조합장 선거가 치러지면서 조합장 선거가 마무리됐다.

하지만 모 농협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당선자가 농협조합법(기부행위 제한규정) 위반 혐의로, 조합원은 후보자 당선시 특정 직을 제공받기로 한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또 다른 농협은 낙선 후보가 허위사실을 공표하고 자신을 비방해 선거에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며 당선자를 검찰에 고소해 좁은 지역사회에서 갈등과 후유증이 발생하고 있다.

또 다른 2군데 농협도 당선자가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자칫 재보궐선거가 이어질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조합장 선거 때마다 불법·타락선거와 비방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농협조합장이 농협 운영 전반에 걸쳐 무소불위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 불법 선거를 막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합장은 억대 연봉에 직원 인사권과 조직 운영권, 농협 사업권, 대출 등 금융결재권을 행사한다.

선거 과정에서 억대 금품을 살포해도 당선만 되면 그 이상의 것을 얻을 수 있으니 서슴없이 불법 행위를 자행하는 것이다.

선관위가 농협 조합장 선거를 위탁받아 관리하지만 상시 단속에는 한계가 있다.

농협조합장 선거에서 금품과 향응 수수를 없애기 위해서는 조합장 권한을 대폭 축소하고 공직선거법에 준하는 선거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합장의 지위를 무보수 명예직으로 전환하거나 전문경영인제 도입도 한 방법이다.

특별채용이나 승진 등 인사권도 협의체에 넘겨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농협법은 조합장 선출 방식을 조합원 직접선거와 대의원회나 이사회를 통한 간접선거 등 3가지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1988년 직선제가 실시된 후 대부분 조합이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조합을 책임질 일꾼을 직접 뽑는다는 ‘직선제’라는 당초 취지가 퇴색되면서 차라리 간선제를 하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지역은 좁은 지역특성 상 연고주의가 강해 직선제의 폐해가 더 클 수 있다는 여지가 많다.

사법당국의 불법·탈법 선거사범에 대한 척결 의지는 단호하다.

최근 제주지방법원은 지난해 3월 수협조합장 선거를 앞두고 금품을 제공한 모 수협조합장에게 당선 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400만원형을 선고했다.

조합 스스로의 개혁 의지와 보다 개혁적이고 파격적인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임  성  준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