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권력 가지려면 비전 제시하라

2010-02-21     한경훈

바야흐로 지방정치의 계절이다.

지난 2일 시․도지사 및 교육감 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데 이어 19일부터는 지방의원 및 교육의원 선거의 예비후보자 등록이 이뤄짐에 따라 유권자들의 지방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김태환 제주도지사의 전격적인 6․2지방선거 불출마 선언으로 제주정가는 급속히 선거정국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다.

각 정파는 김 지사의 결심이 선거판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면서 선거전략 짜기에 골몰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번 선거의 화두는 아무래도 ‘세대교체’가 될 것 같다.

우근민․신구범․김태환 전현직 지사의 이른바 제주판 ‘3김시대’를 종식해야 한다는 여론이 김 지사의 불출마 선언을 계기로 힘을 얻고 있다.

일부 도지사 예비후보는 벌써부터 우근민 전 지사에게 김 지사와 같은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바람선거 경계를

그러나 세대교체의 기준은 제주발전의 비전을 갖고 있느냐의 여부다.

단순히 연령대나 전임(前任)을 기준으로 한 논쟁은 퇴행적이다.

유권자 입장에서는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

침체를 면치 못하고 있는 지역경제를 살리고 지역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진정한 지역일꾼을 원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에 나서려는 후보들은 제주발전 전략을 내놓고 유권자들을 설득하는 게 우선이다.

남이 안 되는 이유가 아니라 자신이 돼야만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알맹이 없는 구호에 의해 선거판이 뒤흔들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우리 정치사에 있어 ‘바람선거’에 의한 함량미달 인사의 당선으로 인한 폐해는 지금까지 익히 보아왔던 터다.

세대교체 여부는 유권자들이 판단할 것이다. 출마할 사람들이 다 링에 오른 상태에서 표로 심판하게 될 것이다.

후보자들은 그저 유권자의 표심을 잡을 만한 공약 개발에만 힘을 쏟으면 된다.

정책으로 승부해야

흔히들 ‘정치(선거)에 2등은 없다’고 한다. 선거판은 승자독식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계다.

선거전이 이전투구식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로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선거전이 난무하는 것이 우리 정치의 현실이다.

그러나 금도라는 게 있다. 같은 후보자 입장에서 누구는 출마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 지역의 살림을 책임지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은 누가 나서든 정책과 공약으로 상대방을 압도하려는 적극성을 가져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에 당선되는 사람들은 국민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지역사회 앞날에 큰 영향을 끼칠 중요한 사항들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하게 된다.

제주도지사의 경우 ‘제왕적’이라고 얘기될 만큼 막강한 권한을 가진다.

그렇다면 후보자들은 정말로 지역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를 증명하고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그것이 정치게임의 기본이 돼야 한다.

제주발전에 대한 자신의 비전은 제시하지 않으면서 ‘세대교체론’부터 들고 나오는 것은 너무 안이한 발상이다.

정치 신진세력은 이전의 세대와 확연히 달라야 한다. 그래야 구세대를 대체하려는 명분이 선다.

신세대(?)들이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선거에 정략적 접근을 삼가야 할 것이다.

한  경  훈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