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돼먹지 못한 선배들 졸업식 뒤풀이

2010-02-10     제주타임스


이른바 선배들이라는 작자들이 졸업식을 갓 끝낸 어린 후배 소녀들에게 겉옷 속옷 가리지 않고 마구 찢어 댔다면, 그리고 그런 연후에 그 후배들을 추운 바닷물에 내 팽개쳤다면 이게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인가. 불행히도 이런 일이 바로 제주시에서 일어났다.

지난 5일이다. 이 날은 제주시내 어느 중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여자졸업생 7명이 막 교문을 나서다가 이 학교 선배라는 남녀고등학생 10여명에 의해 약 1km 떨어진 포구로 끌려갔다. 이어서 교복은 물론, 심지어 속옷까지 찢어 놓았다. “졸업 뒤풀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선배들의 괴롭힘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그것도 부족했던지 그들은 어린 중학 졸업생들을 수심 2m 바다로 내 던졌다. 물에 빠진 졸업생 중에는 헤엄을 못 치는 소녀도 있었다. 다행히 물질하던 해녀가 구조하지 않았으면 큰일 날 번했다. 살인 미수와 다르지 않다.

더욱 놀라운 일은 가해 남녀고등학생들도 “졸업당시 선배들에게 이렇게 당했다”고 실토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그 보복을 엉뚱하게 후배에게 갚는 셈이며, 그 동안 다른 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건 아닌지 매우 우려스럽다.

우리는 이 해괴망칙한 사건을 접하면서 제주교육의 장래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잖아도 졸업 때만 되면 밀가루 뒤집어씌우기, 억지로 술 먹이기 등 정도가 지나친 ‘졸업 뒤풀이’가 성행해 사회문제가 된지 오래다.

이러한 터에 이제는 목숨까지 담보해야 할 정도의 막가파식 ‘졸업 뒤풀이’가 등장했으니 이는 교육의 실종이나 진배없다. 한마디로 오늘의 교육은 좋은 학교 가는 법, 취직하는 법, 돈 버는 법 등을 가르치는 데는 능통한지 모르나 사람 만드는 법에는 낙제인 듯하다.

물론 학생들의 탈선에는 부모 책임이 크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는 교육 당국의 책임이 더 크다. 교육의 잘못으로 인한 학생들의 탈선 문화는 사회가 물들게 되며 이것이 다시 학생에게로 옮겨지면서 악 순환한다.

교육당국이 실종된 윤리와 도덕교육 등 전인교육(全人敎育)을 되찾지 않으면 이번 사건과 비슷한 더 큰 사건이 재발 할지도 모른다. 가장 먼저 일선 학교부터 정신 차렸으면 한다. 아울러 경찰에서도 조사에 착수했다니 상응한 조치를 취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