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뉴딜정책
최근 정부ㆍ여당은 내년 후반기에 한국형 뉴딜 정책을 쓰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지갑이 비어 있어서 여기에 투입되는 10조원 규모의 돈을 4대 연ㆍ기금 등에서 차입해서 쓰겠다고 한다.
침체된 내수(內需)를 부양하는 것과 일자리창출은 국가의 일이기 때문에 적자재정을 감수하면서라도 경제 활성화 대책은 실시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불황을 그냥 내버려두면 시장의 자동조절기능에 의해 스스로 치유된다는 견해에는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공적 지출이 있는 곳에서는 건전재정 및 균형예산과의 불화를 일으키고, 앞으로 조세 증가라는 망령을 출현시킬 수도 있다. 보다 큰 문제는 단기적으로는 적절한 부양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지만 길게 보면 별로 효과적이지 않다는데 있다.
역사적 측면에서 본다면, 1933년부터 1939년까지 실시한 미국의 뉴딜정책은 불황에 시달린 국민들의 고통을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공황을 중단시키지 못했고 일관성이 부족하고 또한 능률적인 것도 못되었다.
▶여권의 핵심부가 한술 더 떠서 국민연금으로 주식투자까지 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개정안을 올해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방침을 세우자, 김근태 보건복지부장관은 국민연금의 안정을 위해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김근태 장관이 공공연히 그런 주장을 하였다가 여권 내에서 아주 얼빠진 장관으로 취급당할 수도 없지 않겠지만, 필자는 후자의 견해가 옳다고 본다.
외국기업들이 국내의 좋은 회사를 싼값에 사들이겠다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 인수ㆍ합병(M&A)에 필요불가결한 주식 매입에 연기금 사용을 허락한다는 것이 전자의 견해이다. 이는 국민의 주식인 연금을 갖고 도박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이미 영국에서 연금으로 주식투자를 했다가 큰 손해를 본 사례가 적지 않다.
▶모든 국가경제활동 중 공공분야는 돈을 소비하는 반면, 민간분야는 돈을 벌어들이며 또한 투자한다. 민간투자는 전반적으로 부자들의 영역으로 여겨진다. 부자들로 하여금 당연히 이런 투자를 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오늘날 정부의 책무이다. 어려울수록, 급할수록 시장의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는 말이 오늘의 경제 난국을 푸는 키워드가 아닐까.
논설위원 김 승 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