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남을 배려하는 '자기차량에 전화번호 남기기'
최근 자동차의 급증으로 인한 주차난으로 남의 가게나 차고지 앞, 공사현장, 인도 등에 불법 주정차로 인해 타인에게 불편을 주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고 타인의 불편을 아랑곳하지 않는 얌체주차 차량들로 인해 연락처 조회가 어려워 선량한 주민들의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이와 같은 남의 가게나 차고지 앞 피해로 인한 민원전화의 경우 일반적으로 제주시청 교통행정과 080서비스를 통해 해결한다. 그러나 야간에는 자치경찰대 상황실로 전화가 오는데 필자 역시 상황근무 시 연락처가 없는 차량 조회 의뢰나 불법주정차 단속에 관한 전화를 종종 받는다. 이때 차량을 이동 조치시키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차량 등록시 전화번호와 현재 전화번호가 다른 경우이다. 이런 경우에는 필요한 조치사항을 취할 수 없어 안타까움이 앞선다.
이런 문제점을 인식하고 제주시에서도 서로를 배려하는 올바른 주차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자기차량 내부에 전화번호 남기기 운동 및 변경된 전화번호 바꾸기 캠페인 등이 그 일례이다. 그러나 아직은 시민의식의 부족으로 큰 변화를 이루지 못했다. 급증하는 차량과 급속히 발전하는 물질문명에 비해 시민의식이 뒤떨어지는 이른바 문화지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얌체 주차차량으로 인한 문제는 화재 같은 각종사고 발생 시 신속한 현장 도착을 우선으로 하는 소방과 경찰의 경우 배가 된다. 특히 소방인 경우 얼마나 빨리 현장에 도착하느냐를 관건으로 하여 그 피해 규모는 달라진다. 그러나 대부분 주택가 골목길이나 아파트 단지 내의 상황을 보면 소방차 한대도 겨우 빠져나갈 만큼 비좁은 실정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나는 괜찮겠지’ ‘나 하나쯤이야’하는 그릇된 생각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잘못 주차된 차량 하나가 대형 참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런 위급 상황을 위해 자치 경찰과 소방은 소방통로 확보를 위한 합동 훈련을 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차량 전화번호만 제대로 있다면 무엇보다 빠르게 소방통로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현재 우리에게 필요한 건 무엇보다 차량소유주 한 분 한 분이‘자기 차량에 전화번호 남기기’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물론 부득이한 사정으로 좁은 골목길이나 남의 가게앞, 차고지 등에 차량을 세울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적인 상황으로 인해 타인이 불편을 겪지 않도록 최소한 차량에 연락 가능한 연락처를 남기는 정도의 배려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선진교통문화정착을 위한 일은 먼 곳이 아닌 가까운 곳, 또 작은 일에서 부터 시작된다.
강 세 웅
제주시자치경찰대 경찰행정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