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직함(職銜),진짜와 가짜
여러 사람들이 모임 장소에서 ‘사장님’하고 부르면 절반정도가 뒤돌아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사장이라면 개별 조직에서 제일 높은 직위 일 뿐 아니라 경제권을 갖는 자리다.
존경과 부러움의 대상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사장은 꿈이고 소망이다.
그래서인지 상대방의 직함을 잘 모를 때는 사장님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특히 유흥업소 종업원들이나 헬스클럽, 골프장 등에서는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사장님으로 통한다.
동네에서도 마찬가지다. 적당한 직함이 없는 동네 구멍가계 주인도 사장님이다.
진짜 사장님들은 적잖이 못마땅할 법하다. 그래서인지 ‘회장님’ 이라는 호칭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진짜 사장들은 사장으로 성에 차지 않아 더 격이 높은 직함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재벌 총수들이 회장이라는 직함을 사용하니 더욱 그렇게 되는 것 같다. 재벌그룹에는 사장이 숱하게 많다. 부회장도 여럿이다. 그러니 회장은 오직 총수 한명 뿐이다.
그러니 회장이라고 불리고 싶은 것은 당연지사가 아닌가?
아마도 앞으로는 회장의 수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 이미 그런 현상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어지간한 규모의 회사만 돼도 회장이라는 칭호를 쓰고 있다. 술집, 헬스클럽, 골프장에서도 사장이라고 불러서는 고객에게 좋은 반응을 받을 수 없는지 오래다 .
직함의 인플레이션 되는 말은 사장만이 아니다. 사회단체 조직원의 직함도 마찬가지다. 사회단체 조직의 행정을 책임지는 자리는 사무국장이다.
그러나 이제는 조금 뉘앙스를 다르게 사무처장이라고 호칭하는 경우를 볼 수 있다. 또한 호칭의 인플레션은 역사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가정에서 사위들을 서방(書房)이라고 부른다. 사위의 성을 따서 김 서방 , 이 서방이라고 부른다.
이 서방이라는 호칭은 고려사에 따르면 인사행정을 담당하는 정방과 함께 문인들의 등용을 담당하는 벼슬의 칭호이다.
자신의 사위를 높여주려는 마음에서 벼슬을 하지 않은 사위들에게도 과시용으로 사용하다보니 모든 사위의 호칭이 되어 버린 것이다.
요즘에 나타나는 또 하나의 특이한 호칭 유행은 교수이다. 가히 ‘교수홍수’ 시대라고 할 정도다.
대학도 많이 늘어났지만 거기에 못지않게 교수의 종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어지간 사람을 만나면 교수명함을 내민다. 온갖 종류 교수가 다 있다.
겸임교수, 대우교수, 특임교수, 초빙교수, 강의 교수, 석좌교수, 명예교수, 객원교수, 연구 교수 등등.... 심지어 강사교수라고 신문칼럼필진 직함으로 쓰는 사람도 있다
우리 제주에서도, 지난번 지방 선거 시에 대학에서 초청 강의를 몇 번 한 이력으로 선거홍보 현수막에 교수경력으로 홍보하는 후보자도 있었다. 교수란 직위가 지성인을 대리하는 호칭인 것만은 분명하다.
그런데 너무 남발되고 있다. 기를 쓰고 자신의 품격을 높이려고 자신들 스스로가 명함을 만들고 다닌다.
원래 교수(Professor)는 전문가란 뜻이다. 직업 명칭에 전문가라는 뜻으로 'pro'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직종도 흔치않다.
인터넷으로 영어 스펠링을 찾아 봤으나 ‘pro'라고 들어간 직종을 찾지 못했다. 교수는 그 전공분야에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 분야에 최고의 전문성을 가진 자는 교수의 직급에 따라 조교수, 부교수, 교수 이다, 교수직위 앞에는 전문학과를 알 수 있게 표시해야 상대방에 대한 예이다.
교수라는 호칭 앞에 각종 수식어를 붙인 필요가 없다. 수식어가 있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교수가 아니라는 의미이다.
현대는 자신들의 직함을 포장 안 해도 다 상대방과 몇 분만대면 하여 대화해보면 상대방의 스펙을 꾀차는 시대다. 몆 분만 대면해도 상대방의 능력을 읽을 수 있다.
헛되이 직함을 포장 하지 말고 순수한 자기스펙을 높이자. 지금은 혼자서 평생을 공부하는 세상이다. 전문가 비전문가 구분이 잘 안 되는 세상이다.
왜냐하면 기본만 있으면 집안에서 웬만한 정보는 접 할 수 있는 정보화 시대이기 때문이다.
사장도, 회장도, 서방도, 교수도 직함으로만 성공 할 수는 없다. 직함에 따른 스펙을 가져야 한다. 자기 자신의 성공은 자신의 스펙을 높이는 것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