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재판 실효성 없다
지법, 시행 후 1건 재판…9건 신청했다가 철회
시행 3년째를 맞은 국민참여재판이 비교적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는 전국적인 평가와 달리 제주지역에서는 실효성이 없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국민참여재판 제도는 ‘국민의 형사재판 참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배심원이 재판에 참여해 피고인의 유.무죄에 관한 평결을 내리고 적정한 형을 토의하면 재판부가 이를 참고해 형을 선고하는 제도다.
국민참여재판은 살인, 강도, 강간 등 법정형이 중한 범죄를 대상 사건으로 하고 있고, 재판은 반드시 피고인이 신청해야 열린다.
제주지방법원은 이 제도 시행 첫 해인 2008년 4월 살인 및 폭행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모 피고인(50)에 대한 재판을 국민참여재판으로 열었다.
재판부는 배심원들의 평결대로 이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이후 제주지법에서는 국민참여재판이 1건도 열리지 않았다.
2년간 대전지법 13건(2008년 3건, 2009년 10건) 및 지난 해 대구지법 12건 등 대부분 다른 지방법원의 활발한 국민참여재판 제도 활용과 전혀 다른 양상을 나타냈다.
특히 관심을 끄는 부분은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피고인들이 스스로 이 재판을 철회했다는 점이다.
6일 제주지법에 따르면 2008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한 6건 중에 1건만 참여재판으로 진행됐다.
1건은 재판부가 배제했고, 나머지 살인미수 혐의 등 4건은 신청인들이 스스로 철회해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재판부가 국민참여재판을 배제한 1건은 역시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사건으로, 증인이 이 재판의 증인 출석을 꺼려해 배제됐다.
지난 해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던 4건이 피고인 스스로 철회해 이 재판이 열리지 않았다.
피고인들이 왜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지에 대한 분석은 없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국민참여재판이 오히려 일반 형사재판보다 불리한 판결이 내려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인 것같다”고 말했다.
대체로 일반 형사 재판부는 공정한 양형을 기대할 수 있지만, 국민참여재판 재판부는 배심원들이 평결한 양형을 그대로 반영해 선고하는 경향이어서 생각보다 높은 양형이 나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바로 이 점이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꺼리는 원인인 것으로 보여진다.
또 다른 법조인은 “배심원 평결의 문제든, 배심원의 평결을 참고만 하지 않고 그대로 적용해 선고하는 재판부의 문제든, 피고인들이 국민참여재판을 신청했다가 철회하는 등 이 재판을 꺼려하는 명확한 원인 분석이 요구된다”며 “그래야 이 재판의 조기 정착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