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금년(庚寅年) 행복지표
금년도 행복해지기를 모든 사람들은 바란다. 하지만 행복에 대해 구체적인 느낌은 추상적이다. 각각사람에 따라 돈을 많이 벌면, 직장에서 승진 되면, 사랑하는 애인을 만날 수 있다면 하고 각자 나름대로 추상적이고 막연한 생각으로 행복을 추구한다. 어느 누구나 행복지표를 잘 모른다.
행복에 이르는 지름길은 마음의 평화에 있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괴롭고 고통스럽다. 커다란 불행을 겪은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나날의 생활에서 마음의 평정이나 안식을 유지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도 한 가지 마음에 꺼림칙한 것이 있으면 계속 생각해지고 쓸데없는 걱정이 많은 편이어서 고치려고 많이 노력도 해본다. 그 일환으로 이런저런 종교학 서적이나 심리학 서적도 조금 읽어 봤다. 대게는 뻔한 말이거나 구체적인 개선 책이 없는 추상적인 내용들이라고 생각되어 져도 자꾸 읽고 생각하다보니 지금에 와서는 마음 다스리는 법에 조금이나마 익숙해지는 것 같다.
행복은 마음의 평화가 지름길
마음의 근심과 걱정은 바라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바라는 것이 적으면 고통도 두려움도 번뇌도 생길일이 줄어진다. 그래서 바라는 것을 줄이면 마음의 고통도 적어진다.
불교의 금강경에 응무소주 이생기심(應無所住 而生其心)이라는 경구가 있다. 어떤 무엇에도 집착하지 않는 마음으로 일을 처리하라는 뜻이다. 기뻐도 그 기쁨에 사로잡히지 않고, 슬퍼도 그 슬픔에 사로잡히지 않는 마음을 가지라는 것이다. 집착은 욕심이다. 욕심을 버리라는 말은 삶에 진리다.
또 대개의 일들을 ‘별거 아니다.’ 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다. 가까운 사람이 죽으면 고통을 받는다. 그러나 모든 인간은 죽게 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그 고통은 줄어든다.
사기를 당하여 억울하고 분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으면 그까짓 것 돈 따위는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여기기로 마음을 먹는다. 그 것으로 인해서 생활에 어려움이 있으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을 뿐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다. 우리 윗세대들의 말하는 액(厄) 막았다고 생각하면 또 마음이 편하다. 인간만사새옹지마(人間萬事塞翁之馬) 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도, 줄기차게 타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삶의 만족도가 가장 높은 나라로는 덴마크가 꼽힌다. 국민소득, 국가경쟁력 등 복지제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선진국들과 별 차이가 없다. 네덜란드나 스웨덴 핀란드와 별 차이가 없는데도 유독 덴마크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높다.
영국의 의학저널 BMJ 인터넷 판에서 분석한 높은 이유는 뜻밖에도 단순 했다. 기대치가 낮기 때문이라는 거다. 이 잡지에서 말하는 ‘행복비법’을 적용하면 이 세상에서 용서 못할 게 없어진다. 성경에서 말하는 ‘원수를 사랑하라.’ 와 불경에서 말하는 ‘해탈’ 과 맥(脈)이 통하는 분석이다.
이 잡지에서 행복이유를 짚는 것과 같이 남과 비교해 기대 수준을 높이는 건 행복과 상극이다.
기대는 낮추고, 시장엔 맞추고 세상에 대한 기대는 낮을수록 행복해진다. 그렇다고 스스로에 대한 기대치도 낮춰선 요새 같은 세상에 밥 먹고 살기 힘들다. 요즘 노숙자다, 백수다. 하는 세태에서 서바이벌 전략은 역설적이게도 요즘 구박받는 시장의 법칙에서 나온다. 해법은 바로 시장이 요구하는 것에 맞추는 것이다.
누구나 자기에게 요구 하는 것이 있을 것이다. 이걸 제공하는 거다. 남편은 아내가 원하는 것을, 아내는 남편과 자식의 원하는 것을, 정치인은 시민의 원하는 것을, 기업은 고객의 원하는 것을, 직장인은 직장이 원하는 것을 해내는 것 이상은 없다.
행복한 보통시민의 삶은 자신의 기대는 낮추고 시장요구에 따라야 한다. 그러면 자신도 편안해지고 세상사도 훨씬 부드럽게 볼 수 있다. 시장에 맞추면 먹고사는데 기초는 된다.
또 다른 싸움도, 경쟁도 하찮아 보이고 명예도 권력도 별거 아니게 된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안에서 솟아나는 탐욕과 분노와 어리석음이 사라질 것만 같다. 나는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는 생각은 나와 당신, 그리고 나와 자연과 교감하는 삶의 여백을 만들 수 있다.
삶의 흐름은 특출한 사람이 ‘나’가 아니라 모든 구성원의 교감과 협동으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보통 우리들의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렵다. 그래서 인간사의 온갖 불행과 고통은 계속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조그만 일에 신경을 쓰며 안달하거나 분노하는 적은 마음을 극복하는 것은 마음의 행복을 이루는 지름길이다. 이 길은 기대를 낮추는 것뿐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