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노 파업을 바라보며

2004-11-18     제주타임스

민주화 운동을 하던 80년대도 아니고 우리 공무원 사회가 어쩌다 이지경이 되었을까.
파업을 막기위해 무장경찰병력이 배치되고 ‘원천봉쇄’, ‘파업찬반투표’ 같은 원색적 표현이 연일 쏟아져 나왔다.

공무원 조직내에서도 ‘어용’이니 하면서 편이 갈려지고 직원상호간에 막말이 오가기도 하고 그리고 머리에 빨간띠를 매고 구호를 외치는 세상이 됐다.전공노들의 결의 수준을 보면 이번 사태가 경찰력에 의존해 그냥 넘어갈 만한 상황은 아닌 것 같다. 어쨋든 공무원 사회는 지금 ‘혼돈의 시대’를 맞았다고 할 정도로 혼란스럽다.

그동안 국민의 공복으로 묵묵히 일해오던 공무원들을 ‘과격분자’로 변해 거리로 뛰쳐나오게 한 것은 과연 무엇일까. 단순히 단체행동권 보장 같은 표면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시대와 사회환경이 급속도로 변해가고 있고 사회 각분야에서 변화와 개혁을 요구하는데도 유독 공무원사회만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만은 아닐까.

 관료적인 조직문화, 부처이기주의, 권위주의적인 상명하달식 의사결정구조, 고위층의 무사안일, 각종 비리사건 연루등등….

정권이 바뀌고 사회가 변해도 공무원들의 의식과 습성은 수십년전이나 지금이나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부분일 것이다. 결국 이번 사태는 공무원 사회가 이를 개혁하려는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 그동안 누적되어온 여러 문제들이 하나 둘씩 겹치면서 ‘전공노’라는 강력한 태풍을 몰고온 것이라 생각된다. 어쩌면 ‘자업자득’이라고 해도 결코 심한 말이라고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를 통해 불거진 문제점으로 인해 온 국민의 우려와 정부의 연일 계속된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공노가 지난 15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다행히도 파업 포기 지부가 속출하는 바람에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파업이 무산됐다. 이 때문에 우려했던 민원처리 지연 등에 따른 행정 공백 현상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크게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가 공무원 파업과 관련, 참가자 전원을 파면곀蔓?등 중징계하기로 해 대상이 되는 공무원의 수가 3천명을 넘는 등 전교조의 대규모 해직사태 이후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여 상당기간 후유증도 우려된다.

이러한 사상초유의 공무원 총 파업을 바라보는 우리 서민들의 마음 착잡하고 기가 막힌다.
아무리 정당한 일이라 할지라도 모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는 법인데 지금이 어느때인가.
장기적인 경기불황으로 우리 서민들은 IMF시대보다 더 혹독한 계절을 보내고 있다.

당장 먹고사는 문제로 인하여 가족이 해체되고, 하루에 30여명이 자살하고, 많은 아이들과 노인들이 어려움으로 버려지고, 노숙자와 청년실업자는 거리에서 방황하고 있는 그런 시대이다.

경기변동 때마다 정리해고의 칼날에 희생되고, 임금이 삭감되거나 경기부진으로 매달 급여를 걱정해야 하는 수많은 중소기업들의 근로자와 국민의 세금으로 안정적인 급여를 받고 정년과 신분, 연금이 보장되는 공직자와는 분명히 다를 수밖에 없다.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공무원이 파업을 할 때가 아니라는 것이다. ‘투쟁’보다는 서민들이 불안해 할 때 제자리를 지키고, 서민이 어려울 때 앞장서서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해야할 때인 것이다.

논설위원 이 광 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