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서민금융기관의 私금고화 전형
2009-12-08 임성준
주주와 전현직 임원 등 경영진들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의 극치라는 비난을 사고 있고, 감독기관인 금융감독원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이 은행 경영진들은 고객 돈을 유용해 허위 증자를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파산한 으뜸저축은행에 돈을 맡긴 고객 중 예금자 보호기준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 잔액을 돌려받지 못한 사람은 1643명, 금액으로는 450억원에 달한다.
저축은행 경영진들의 도덕 불감증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저축은행은 마구잡이 신용대출 열풍에 휩쓸려 부실이 누적되고 최근에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위험으로 늘 서민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전국 PF 대출 사업장 899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부실 가능성이 있는 곳이 45%에 달했으며 전체 연체율도 16.9%나 됐다.
금감원은 상시적으로 BIS비율 등을 보고 적기시정 조치를 통해 지도하고 있다고 하지만 지난 2006년 이후 지금까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 조치를 받은 16개 저축은행 중 10곳이 파산했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3년 1월부터 지난 6월까지 전체 116개 저축은행 중 14개 저축은행이 영업정지를 당했다.
이 가운데 12곳은 대주주 불법대출이나 개별차주 신용공여한도 초과 등 경영진의 비도덕적 경영 행태 때문에 부실화했다.
작년 한 해 동안 위법 부당한 영업을 하다 금감원에 적발돼 제재 조치를 받은 저축은행이 모두 24개 였으며 건수로는 68건에 이른다.
현재 전국에서 영업 중인 전체 저축은행이 106개사이므로 5곳 중 1곳 이상이 감독당국의 제재를 받았다는 의미다.
올 들어 부산 지역 최대 저축은행인 부산상호저축은행의 회장과 대표이사ㆍ감사 등 임원들이 건설회사에 170여 억원의 돈을 부실대출해준 혐의(업무상 배임)로 무더기로 기소되기도 했다.
또한 작년 분당 현대 전북저축은행이 각각 300~500억원 상당의 대주주 불법대출로 영업 정지됐다.
으뜸저축은행은 이미 지난해 7월, 직원과 공모해 수십억원을 불법 대출받은 건설업체 대표와 한도를 초과해 타인 명의의 불법 대출을 도운 전 대표가 법정 구속됐다.
부실 상태가 상당히 오래 전 부터 감지됐다는 의미다.
불법대출에 대한 상시 감독체계를 강화했는 지 의문스럽다.
으뜸저축은행 피해자들은 노인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들이 다수 포함돼 있다.
으뜸상호저축예금 피해자 대책위원회는 "이번 사태는 은행의 부실운영과 금융감독원의 늑장대응에 따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대책위는 "뇌물을 받아 불법 대출을 해주며 도박 등으로 예금자들의 재산을 사금고인양 탕진하고 법의 테두리 안에서 자신의 재산을 미리 빼돌려 피해자들의 고통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며 "대주주 김모씨는 은행을 파산으로 몰고 가지 않을 수도 있었으나 인수자와 협상을 결렬시켜 은행을 파산시킨 장본인"이라며 울분을 터뜨리고 있다.
대책위는 또 "으뜸저축은행은 지난 2006년부터 BIS비율이 금감원 제시 기준인 5%를 간신히 넘나들고 있다"라며 "만약 이 시점에서 금감원이 계속 주의해서 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지금처럼 피해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금감원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소위는 뒤늦게 저축은행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정례화하는 내용의 저축은행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또 저축은행 임원의 자격 요건도 강화돼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은 사람은 일정 기간 동안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했다.
정치권과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의 경영 행태를 철저히 감시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셈이다.
하지만 모럴해저드 사고는 언제든 터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서민들이 소중한 재산을 믿고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보다 강력한 불법대출 방지대책과 처벌이 요구되고 있다.
임 성 준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