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돌아올 수 없는 시간 앞에서

2009-11-24     제주타임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때는 바로 지금 이 시간이다. 왜냐하면 한평생 아니,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계적 문호 톨스토이는 그의 저서<인생이란 무엇인가>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함께 있는 사람이고,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다.”라고 말했는지도 모른다. 지금 이순간이 중요하다는 의미로 자기를 하루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왜 하루살인가라고 물으면 인생은 현재가 중요하고 하루 단위로 살기 때문이라고 한다. 삶에 있어서 현재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이 어떻게 하루 단위로 살 수 있느냐고 물으면 하루가 인생전체의 압축이라고 주장한다.

이건 인생의 중년을 넘기는 나의 한 친구의 말이다. 자신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눈을 뜰 때마다 세상에 다시 태어난 기분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그는 오늘 하루를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행하고 밤이 되면 생의 마지막 순간을 정리하는 기분으로 수면을 취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날마다 주어진 하루가 인생의 유일한 날이라는 생각으로 세상을 산다는 말이다.

또 다른 사람들은 하루살이라는 말을 부정적으로 많이 쓴다. 미래를 대비하지 않고 오직 현재만 중요하게 생각하여 현재에 모든 삶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즉흥적인 삶을 경계하고 지적 할 때 그와 같은 비유를 자주 동원한다.

하지만 허황한 욕망을 벗어던지고 지금 이순간은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다는 시간이라는 명제 앞에서 생각해보면 하루살이는 너무나도 명징한 인생 삶의 교훈이다.

천만년 살듯이 탐욕에 시달리는 인생,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넘쳐 이 세상이 온통 쓰레기가 넘쳐 24시간 청소차가 풀가동하는 이유도 모두 불멸을 흉내 내는 인간의 헛된 욕망 때문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인생이 오늘 하루뿐이라면 그렇게 과도한 욕망으로 시달리지도 않고, 싸움의 도가니도 안 될 수 있다. 하루에 최선을 다해 산다는 말은 ‘지금 이 순간’의 삶에 집중한다는 뜻이다. 그것만의 유일한 현실이고 확실한 현재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벗어나서 시간을 생각하는 것은 대부분 집착이 아니면 망상이다. 꿈이 희망이라는 시적인 말도 의미는 있지만, 감당 할 수 없는 것을 궁리하고 꿈꾸므로써 지금 이순간은 부실해지기 마련이다. 결국 하루를 잘사는 것이 인생을 잘사는 것이고 인생을 잘사는 게 하루를 잘 사는 것이다.

나는 며칠 전 인터넷에서 <아메리칸 뷰티>라는 영화를 보다 무기력한 중년 가장인 주인공이 달리면서 “나는 오늘이 중요하고 오늘은 내 남은여생의 첫날”이라고 말하는데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았다. 내 남은여생의 첫날은 오늘이다.

그렇다, 오늘이야말로 다시는 만나지 못할 내 인생에 있어서 최고의 날이요, 가장 중요한 날이 아닐까? 그런데도 사람들은 오늘을 내일 다시 올 날, 오늘처럼 내일을 다시 만날 날로만 생각한다. 그래서 오늘을 내일과 똑같은 내일의 전날로, 오히려 내일이나 어제보다도 의미를 부여하려 하지 않는다.

어제는 추억이라서 아름답게 그리워지고, 내일은 성취하기위해 황금빛 명세로 기약되나 오늘은 무료하고 초라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오늘이 중요할까, 내일이 중요할까, 내일은 내시간의 아니다. 신의 시간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 내일이 오늘처럼 내게 주어질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은 엄청난 축복의 현재이다. 오늘을 사는 나는 그 행운의 주인공이다.

그런데 그렇게 선물을 받은 지금의 오늘인데 정작 오늘의 보냄은 흐지부지 하는 게 보통우리들의 삶이다. 감격도 없고, 감사도 없는 삶, 그래서 오늘의 값어치가 나에게는 빛으로도 향기로 나타나지 못한다.

USA today 선정 베스트작가이며 리더십이 대가인 존 맥스웰은 “사람들은 어제와 내일을 과대평가하지만 오늘은 과소평가 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돌아 올 수 없는 오늘의 시간이다.

오늘 무엇을 성실하게 하는 사람은 누구나 성공한 인생의 소유자다”라고 했는데 정말 맞는 말 같다. 지금 이 순간 오늘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자신을 과소평가하는 것이다.

아니다 그보다도 더 내게 오늘을 선물하신 절대자에게 엄청난 불경을 저지르는 일이다. 한번 소비하면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것, 가장 아끼는 것을 선물로 주셨는데 소중한 줄 모르고 던져버리는 죄를 짓는 것이다.

죄도 죄지만 지금 이 시간만이 유일한 진실이고 그것이 인생의 성패를 좌우하는 밑거름이다. 하루를 온전하고 성실하게 사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생각해본 사람은 안다.

오늘이라는 여백을 창조적 영감으로 채워 나감으로써 인생을 창조하는 예술가로 살았으면 하는 실없는 생각을 해보는 겨울비 오는 저녁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