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犬도축’ 제도권 밖 언제까지?
최근 제주시가 제주도의회에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를 뒤적이다 ‘개 사육시설 설치 현황’을 우연히 접했다.
개 사육이 생각보다 성행하고 있는 사실에 놀랐다. 이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제주시지역에 설치 허가 또는 신고된 개 사육시설은 91곳이고, 사육두수는 2만1351두에 이른다.
물론 이 개들은 식용으로 길러지는 것이다. 육류 중에선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사육규모로 보인다. 우리 조상들의 여름나기 보양식으로 애용되던 개고기가 이제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소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해가 된다.
그런데 연간 수만 마리의 개가 판매를 위해 도축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이에 대한 위생관리는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서 문제다.
현재 개고기는 돼지고기, 닭고기와 같은 일반 축산물에 적용되는 안정성 검사를 받지 않는다.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개는 ‘가축 및 축산물’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개 도축의 장소 및 시설 등은 업자의 자율에 맡겨져 비위생적인 개고기 가공․유통이 이뤄져도 당국이 규제할 방법이 없다.
기껏 개 도축 시 나오는 부산물을 부적절하게 처리했을 경우 폐기물처리법 위반으로 행정 조치를 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이율배반적 법 규정
이처럼 규제 없는 개 도축과 판매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일부 외국과 동물보호단체의 눈치를 보는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 때문이다.
사실 우리의 개고기 문화는 큰 국제적 행사 때마다 서구로부터 큰 도전을 받았다.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프랑스 영화배우이자 동물보호주의자인 브리지드 바르도가 ‘수많은 개들이 보신용으로 비참하게 죽어가는 한국에서의 올림픽 개최를 보이코트 하자’고 보신탕을 이슈화하면서 한국의 개고기 음식문화는 국제적인 논란거리가 됐다.
결국 정부는 당시 보신탕 판매를 법으로 금지했고 급기야 보신탕 가게를 대로변에서 자취를 감추도록 특별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림픽이 끝나면서 보신탕 규제는 유야무야됐다.
‘올림픽과 보신탕’의 악연은 우리만이 아니다. 중국도 베이징올림픽 개최에 맞춰 베이징시 공식 지정 올림픽 식당에서 개고기 판매를 금지한 바 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 때도 수용되지는 않았지만 국제축구연맹(FIFA)이 한국 측에 개고기 판매 중지를 촉구했었다.
이 같이 여러 번 데여서 인지 정부는 개고기 양성화를 주저하고 있다.
이는 가축전염예방법과 ‘축산분뇨관리이용에관한법률’ 등에서는 개를 가축으로 정의하면서도 축산물가공처리법은 개를 가축 및 축산물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규정하는 이율배반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음성적 유통과정 문제
각 나라마다 음식문화는 다르다. 혐오하는 사람도 있지만 개고기를 먹는 것은 우리 고유의 식문화다.
이런 음식문화를 가지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왈가왈부하는 것은 문화에 대한 무지와 편협함을 드러내는 것이다. 그네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우리는 ‘애완견’을 식용으로 도살하고 있지 않다.
개고기 식용 그 자체보다는 도축 방법이 더 문제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식품이 잔인한 도살을 거쳐 음성적으로 비위생적인 유통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개 사육에서부터 도축, 가공, 유통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양성화해 국민들이 안심하고 개고기를 먹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자면 개를 현행 축산물가공처리법상 '가축'에 포함시키는 것이 필수적이다.
한 경 훈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