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관광공사 간부 잇단 사직 '흔들'

통합마케팅 기능 설립 취지 못살려 면세점 장사에만 혈안
팀장 겸직 '과부하' 고용불안…도, 효율적 조직 운영 손 놔

2009-11-19     임성준
제주관광공사가 간부 직원들의 잇단 사직으로 조직 자체가 흔들리고 통합마케팅 기능을 살리겠다는 설립 취지와는 다르게 표류하고 있다.

19일 제주관광공사에 따르면 기획실과 마케팅팀 등 1실3팀을 총괄해 온 김모 본부장이 지난 13일 사직서를 제출하고, 서울에 있는 모 협회 상임이사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앞서 관광환경개선팀 최모 팀장도 사직서를 제출하고, 서울에 있는 한 대형 호텔 팀장 자리로 옮겨갔다.

이 때문에 사실상 제주관광공사 대다수의 업무를 총괄해야 할 본부장의 공석으로 사장이 직접 업무를 챙기고 공석중인 팀장 자리도 다른 팀장의 겸직으로 이어지면서 그렇잖아도 과중된 업무에 과부하가 걸리고 있다.

이미 제주관광공사는 시내 내국인 면세점 운영을 책임질 면세사업부장을 구하지 못해 개관 이후 한동안 공석으로 해오다 최근에야 기획실장이 겸직하고 있고, 관광환경개선팀장은 총무회계팀장이 겸직하고 있다.

더욱이 관광공사 출범때 정원은 81명으로 인가받았으면서도 현 직원은 31명이 모자란 50명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처럼 조직 기반을 흔드는 임직원들의 이탈이 잇따르는 것은 무엇보다 열악한 근무상황이 가장 큰 이유다.
팀장급 연봉이 3000만원대에 그치고 있고 50명의 현원 가운데 70%인 35명이 매년마다 근로계약을 새로 해야 하는 계약직 신분으로 일하고 있어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것 역시 근로환경을 저해하는 요소다.

제주 관광통합마케팅 기능 등 관광진흥을 위해 지난해 7월 출범한 제주관광공사가 설립 취지와 달리 사실상 시내 내국인 면세점 장사에만 목을 매고 있고, 제주도관광협회와 업무 분장 교통정리도 어정쩡한 상황이다.

제주관광공사를 관리.감독하고 있는 제주도 역시 웰컴센터 활성화 방안이나 효율적인 조직 운영을 위한 방안 모색은 공사에만 맡긴 채 팔짱을 끼고 있다.

이 때문에 주변에선 "관광공사를 왜 만들었나'란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고 있다.

공사의 한 직원은 "조직 내 업무분장도 제대로 돼 있지 않아 관련 없는 업무를 맡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전반적인 조직 개편과 효율적인 업무분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 과중은 곧바로 제주관광공사의 마이스(MICE) 산업 좌초로 이어질 우려도 낳고 있다.

제주의 마이스산업 활성화를 위해 최근 지식경제부로부터 마케팅과 교육 등 3개팀을 할당받고서도 공모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거쳐 현재 팀장들에게 다시 겸직시키려 하고 있기 때문.

박영수 제주관광공사 사장은 “직원들의 업무 과중이 심한 건 사실”이라며 “당장 공석인 자리를 충원하는 한편 계약직 직원들의 일반직화나 인건비 상승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에 힘쓰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