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범죄자들의 저승사자 CSI
2009-10-15 제주타임스
필자가 경찰관으로 생활한지 15년이 되었는데, 최근에 과학수사팀에 발령을 받아 근무를 하고 있다. 그간 과학수사에 대해 깊이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두지 않은 채, TV에서 외국 드라마를 보며 우리도 그러한 우수한 CSI(Crime Scene Investigation) 요원들이 있었으면 하는 막연한 바램을 가졌었다.
그런데, 과학수사팀에 발령을 받고 10일쯤 지날때에 신제주 도심 한복판에서 새벽시간대에 여자가 칼에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는 전화를 받았다. 현장에 가보니 이미 CSI 요원들은 범인이 남기고 간 흔적 찾기에 한창이었다. TV에서나 보던 CSI 로고가 선명히 새겨진 하얀 가운을 입고 열중해 있는 모습을 보면서 범죄자가 남긴 사소한 흔적도 이들을 빠져나갈 수가 없겠구나하는 믿음이 가는 한편, 범죄자 입장에서 보면 이들이 저승사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건의 범인도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고는 완전범죄를 노린 듯 현장을 깨끗이 물로 씻고, 심지어 쓰레기통까지 치우고 유유히 사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우리 CSI요원들은 그 속에서 기어코 범인이 남기고 간 흔적을 찾아내었고, 범인을 검거하여 법의 심판대에 세움으로써 억울한 피해자의 원혼을 달래 줄 수 있었다.
그간 동료 경찰관이면서도 CSI 요원들이 지문 채취하는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데 대해 미안한 감정이 들면서 경찰관인 필자가 그러한데 주민들은 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제주의 CSI 요원들은 지문현출기는 기본이고, 미세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도 확인할 수 있는 첨단 장비를 갖추고, 현장에서 수집한 범인의 흔적을 밝힐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놓고 있다. CSI 요원들은 피해자의 상처입은 한맺힌 심정을 머리와 가슴에 깊이 새기며, 오로지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주는데 보람과 긍지를 삼아 묵묵히 활동하고 있다.
우리 제주도가 세계인이 찾는 관광지로 더욱 발전해 나가기 위해서는 각종 범죄와 사고로부터 안전이 확보되어야 한다. 우리 CSI 요원들도 TV에 나오는 요원들과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로 능력이 있고 열정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여기에 주민들의 협조와 관심이 더해진다면 안전을 완벽하게 담보할 수 있다. 범죄 피해를 당한 경우에 현장을 그대로 보존한 상태에서 신고 해주면 범인의 흔적을 찾아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주민들께서 범인의 저승사자인 CSI 요원들에게 격려와 관심을 가져 주시고, 안전을 위협받은 경우에 적극적으로 이들을 찾아 주시기를 바란다.
문 명 숙
서부경찰서 형사과 과학수사팀 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