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20 대표팀, 8강서 가나와 격돌

9일 밤 11시30분,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디움

2009-10-07     고안석

18년 만의 8강 진출에 성공한 대한민국 U-20 축구대표팀 8강 상대가 가나로 결정됐다.

가나는 6일 남아프리카공화국(이하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2-1로 역전승을 거두며 대한민국의 다음 상대가 됐다.

대한민국과 가나와의 8강전은 오는 9일 오후 4시 30분(한국 시간 9일 밤 11시 30분), 수에즈의 무바라크 스타디움에서 열린다.

대한민국 대표팀은 가나와의 8강전에 그리 큰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네임벨류를 보면 분명 대한민국이 밀리는 게 사실이지만 기술적인 면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가나에 전혀 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체력. 하지만 이례적으로 피지컬 트레이닝 전문가(이케다 세이고 코치)를 영입한 홍명보호는 이번 대회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어 체력회복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대회를 준비하고 경기를 치르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상자는 김동섭과 오재석 두 명뿐, 그나마도 두 선수 모두 이미 부상에서 회복됐거나 회복 단계에 있다.

완벽에 가까운 컨디션 관리로 청소년 월드컵의 새역사를 쓰고 있는 U-20 대표팀은 6일 처음으로 언론에 회복 훈련장을 공개했다. 자신감의 표현이다.

이날 오전 선수들이 가벼운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하나 둘씩 숙소인 카이로의 JW 매리어트 호텔 내에 위치한 훈련장에 집결했다.

호텔 내의 인조 잔디 구장으로 이동한 선수들은 이케다 코치의 지시 아래 스트레칭 훈련에 돌입했다.

이는 파라과이전에서 뭉쳐진 근육을 풀기 위한 조치다.

훈련을 지켜 보던 홍명보 감독은 취재진을 향해󰡒원래 파라과이전에 뛰지 않은 선수들은 회복 훈련 외에 별도의 훈련을 시키려고 했는데 오늘 아침 자신들이 알아서 미리 근력 훈련들을 했다󰡓면서 능동적인 자세로 자신의 몸을 관리하는 어린 선수들을 대견스럽게 생각했다.

스트레칭이 끝난 뒤 선수들은 곧장 옆에 있는 야외 수영장으로 이동했다.

이케다 코치는 선수들에게 하의만 입고 풀로 들어가라고 지시했다.

주장 구자철을 선두로 한 선수들은 줄 지어 수영장 벽을 따라 물속에서 조깅을 실시했다.

최근 일반인들도 즐기고 있는 수중 워킹은 중력은 덜하지만 저항감이 있는 수중 움직임의 특징을 활용,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피로를 풀어주는 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분 가량 진행되는 수중 워킹은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노련한 이케다 코치는 같은 방식으로 워킹을 반복하는 단순한 훈련이 아닌 여러 동작을 섞고, 때론 선수들끼리 업어주기를 요구하며 훈련 내내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어 갔다.

 마치 레크레이션과 같은 분위기. 회복을 위한 훈련을 즐거우면 그 효과가 배가 된다.

평소󰡐집중력을 유지하되 즐길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는 홍명보 감독의 소신과도 들어맞는다.

한편 홍명보 감독은 잔디사정이 한국에 승리를 가져다 줄 것으로 전망했다.

가나 선수들은 푹신푹신한 잔디에 적응하기가 쉽지는 않은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하루 많은 휴식시간과 작은 신장 또한 한국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나전을 치르는 수에즈 무바라크 스타티움은 대한민국 전용구장이나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은 조별리그 3경기를 이 곳에 치뤘기 때문에 잔디적응이 이미 끝난 상태.

하지만 가나는 그렇지 못한 상태여서 잔디적응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것이 분명하다.

문제는 잔디적응에 얼마만큼의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느냐인데, 현재로서는 촉박한 상태다.

가나는 남아공과 연장까지 가는 접전을 치른 상태다. 그만큼 선수들 컨디션을 회복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필요하다.

휴식시간도 대한민국보다 하루가 짧다. 또한 80km를 이동해야 한다.

여러모로 대한민국에 유리한 상황이다. 경기외적인 유리함 뿐만 아니라 내적인 유리함도 대한민국은 갖고 있다.

가나는 청소년 월드컵대회에서 2번씩이나 준우승을 차지한 축구강국이다.

하지만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그들의 경기력은 생각이하였다.

매끄러운 매스연결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슈팅 또한 골문을 터무니없이 빗겨가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잉글랜드를 4-0으로 완파한 팀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힘든 경기를 치뤘다.

잉글랜드를 격파할 때만 하더라도 가나는 우승후보군이었다.

대한민국은 지금 진화중이다. 가나가 남아공과의 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이 진짜 실력인지는 알 수 없다. 축구는 상대적인 경기이기에 상대에 따라 자신의 페이스로 경기를 풀 수도 있고, 상대의 페이스에 말리기도 한다.

하지만 가나가 진화중인 대한민국을 잡기에는 어디가 모르게 부족한 면을 보여줬다.

1983년 멕시코의 영광을 홍명보호가 실현시켜 줄 수 있을지, 아니면 그 이상의 결과를 보여줄 지는 9일 밤 판가름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