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자신감과 공포감 사이
추석이 고비라는 신종플루에 대한 공포감, 그리고 경제위기에 대한 더블딥(double deep)공포 등등 불안하다. 삶이란 자신에 대한 한치 앞도 모른다. 그래서 누구나 불안과 공포감을 통제하며 살아가는 것이 곧 삶이고 인생이다.
이와 같이 예측 불능인 상황에서는 누구나 공포감에 사로잡힌다. 심리학자들의 학설에 따르면 위험이 예상되는 현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할 것 같다고 ‘인식하는 것’ 그 자체가 공포감을 유발한다고 한다.
공포감이란 구체적인 위험한 사건이 가져오는 실질적인 결과가 아니라 자신의 다가오는 위험에 대해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생각 자체이다. 즉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다.
세계의 문호 도스토 예프스키는 삶에 있어서 위기를 통제할 수 없다는 절망감과 무력감이 스트레스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했다. 반대로 스스로 상황을 통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스트레스를 감소시킨다는 것이 심리학자들의 실험 결과다.
두 마리 쥐를 끈으로 묶어두고 약한 전기 충격을 받게 했다. 이 때 한 마리는 옆의 버튼을 누르면 전기 충격을 멈출 수 있게 해 놓고, 다른 한 마리는 자신의 전혀 조절 할 수 없도록 상항을 만들고 전기 충격을 주었다.
처음 전기 충격이 시작 되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두 마리 쥐는 여기서 벗어나기 위해서 발버둥 친다. 얼마간 시간의 지난 후 한 마리 쥐는 버튼을 누르면 멈추는 것을 깨닫고 다른 한 마리 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음을 깨닫는다.
그 과정에서 두 마리 모두 어느 정도의 전기충격을 실적으로 받았지마는 스트레스 수치는 두 마리 간에 차이는 아주 다르다. 버튼을 눌러 이 상황을 조절 할 수 있는 쥐의 스트레스 수치는 정상에 가까웠고 위궤양도 정상에 근접했다.
예방이나 조절이 가능하지 않은 쥐는 스트레스와 위궤양이 아주 심했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는 상황일지라도 자신이 상황을 조절 할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불안이나 공포를 감소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미국의 데이비드 리의 실험결과다. 두 그룹의 공황 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5.5%의 이산화탄소를 투여하면서, 한 그룹에는 환자들 스스로 이산화탄소 수준을 조절 할 수 있다고 거짓으로 알려주었고 다른 한 그룹에는 그런 말을 전혀 하지 않았다.
실제로는 두 그룹의 이산화 탄소수준에 전혀 차이가 없었고 두 그룹 모두 그 어떤 조절 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실험결과 거짓정보를 들은 그룹은 불안과 공포 증세를 현저히 적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비록 착각에 가까운 생각뿐이라 할지라도 스스로 상황을 조절할 수 있다는 생각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들은 스트레스에서 어느 정도 벗어 날 수 있다는 과학전인 근거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조절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판단은 공포나 불안과 같은 심리상태뿐만 아니라 신체의 면역체계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이 실험은 참여자들에게 절대로 성공 할 수 없게 설계된 3차원의 퍼즐을 10분정도 풀어 보도록 한다. 한 팀에게는 연구하면 풀 수 있다는 메시지를 거짓으로 주었고, 다른 팀은 주지 않았다. 일정기간 퍼즐을 푸는 노력을 한 후에 면역기능을 측정하였다.
절대 풀 수 없는 문제이지만 많은 시도를 하면서 자신이 적극적인 노력에 따라 성공여부가 달려 있다고 생각 팀이, 아무리 해봐도 안돼서 화가 나고 무력하다고 생각하는 팀에 비해서 면역기능이 활성화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들은 흔히 가족과 유명을 달리하는 등 큰 위기가 닥칠 때에 제주 사투리로 ‘큰 맘 먹읍써, 예’ 라는 애도와 위문의 말을 한다. ‘큰맘 먹읍써, 예’ 안정감을 가지고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는 것이다. 이건 우리 조상들의 건강한 정신철학이다.
물론 닥쳐오는 모든 위험을 마음으로만 조절하고 사실은 무시해도 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마음이외의 모든 상황에 대처하는 준비가 너무나 중요한 것은 자명하다.
그러나 닥쳐올 수 있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나의 마음, 내가 통제 또는 조절 할 수 없다는 그 생각이 불안감과 공포감을 만들어 자신의 정신과 건강을 해치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서 추석을 맞은 우리들의 마음도 자신감을 갖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