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선진국, 이유 따로 있었네
출퇴근용 등 교통수단 자리매김…정부 정책 뒷받침
공공 대여 시스템 구축…전용 도로ㆍ주차장 확충 등
지구 온난화의 우려가 커지면서 녹색교통 수단인 ‘자전거’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저탄소, 친환경, 자원절약 등 한국사회의 화두로 떠오른 녹색성장의 지향점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자전거 활성화를 위한 걸림돌은 많다. 도로 사정이 만만치 않다. 주차장도 적다. 자전거를 타고 싶어도 쉽지 않은 여건이다. 자전거 이용이 일상화된 유럽과는 천양지차다.
제주지역의 자전거 교통 분담률은 고작 0.8%로 전국 평균 1.2%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사정은 어떨까. 네덜란드, 프랑스, 독일 등 자전거 선진국으로 불리는 나라의 자전거 정책과 실태를 알아본다. <편집자 주>
▲네덜란드 ‘자전거 교통분담률 세계 최고’=코트라(KOTRA)가 지난달 내놓은 ‘해외주요국 자전거 산업정책 및 시장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인구(1640명)보다 자전거(1800만대)가 더 많은 자전거 보유율 세계 최고인 나라다.
매일 300만 명이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자전거를 일상생활에 사용하고 있다.
1∼2.5㎞ 거리에서는 자전거 교통수송 분담률이 44%로 다른 교통수단을 앞선다.
‘자전거 왕국’ 답게 최근에는 또 하나의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주요 도시 주변에 20~30㎞ 정도의‘자전거 고속도로’ 5개를 건설키로 했다.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이른바 ‘자출족’을 크게 늘리겠다는 게 목표다.
자전거 정책은 자치단체 중심으로 진행된다.
인구 18만명의 흐로닝헨시는 자전거 이용률이 가장 높은 도시다.
자전거와 버스만 도심 진입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자전거를 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든 셈이다.
수도 암스테르담시는 자전거정책팀을 두고 있는데 직원만 60명에 이른다.
내년까지 거주자의 37%가 자전거를 이용하도록 하고 자전거 도난사건을 40% 줄인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다른 일부 지자체에서는 징수한 자동차 주차요금을 자전거 인프라 확충 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밖에 고용주가 세금혜택을 받아 싼 가격에 자전거를 구입, 종업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기차역 등지에 자전거 대여소 156개를 설치해 대중교통과 연계한 자전거 대여 시스템도 시행하고 있다.
▲프랑스 ‘녹색 자전거 혁명’=자전거 대여 시스템을 가장 성공적으로 구축한 나라로 꼽힌다.
파리시를 중심으로 한 일선 자치단체의 무인 자전거 대여 서비스로 세계의 자전거 열풍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파리시의 공공 자전거 임대 서비스인 ‘벨리브(Velib)'는 2007년 7월 첫 선을 보인 지 2년도 안돼 ‘자전거 혁명’의 성공사례로 각광을 받으면서 각 나라 대도시의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친환경 무공해 녹색교통수단으로 이목을 끌고 있는 벨리브는 자전거를 뜻하는 벨로(velo)와 자유란 의미의 리베르테(liberte)의 합성어다.
파라의 벨리브는 2005년 리옹에서 처음 선보여 성공한 ‘벨로브’의 후속편이다. 이처럼 프랑스의 일선 자치단체들은 각각의 무인 자전거 대여 서비스를 도입해 시민들에게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벨리브 수요의 75%가 출퇴근용이며, 연 2700만명에 달하는 파리 관광객 중 3%가 벨리브를 이용해 관광에 나서고 있다.
파리시에 따르면 벨리브 도입 이후 자전거 이용률이 45% 증가했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연간 2400t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교통체증.교통혼합 도시라는 오명을 썼던 파리시는 벨리브 덕분에 차량 교통량이 줄면서 환경친화도시라는 새 명성도 얻게 됐다.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이 이처럼 활기를 띨 수 있었던 것은 자치단체들이 일찍이 자전거 도로 확충에 주력한 덕분이다.
파리시의 경우 2000년 180.5㎞에 그쳤던 자전거 도로는 2006년 말에는 371㎞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여기에다 자전거가 시민 곁으로 다가설 수 있게 된 또 다른 성공요인으로 대여서비스의 저렴한 이용료를 빼놓을 수 없다.
벨리브 이용료는 30분 미만은 무료이며, 30분이 초과할 때마다 1유로씩 내면 된다. 연간회원은 29유로(약 5만원)만 계산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평균 300m 간격으로 대여소가 설치돼 있는 데다 1년 365일 서비스되고 있어 시민들은 필요할 때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매일 이뤄지는 유지.보수도 시민들에게 어필한 요인이다.
▲독일 ‘도로 30% 자전거도로 설치’=우리나라보다 25년이나 앞선 1970년 자전거도로 정비법을 제정했다.
전체 도로 30%에 자전거도로 설치를 규정해 자전거가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했다.
자전거 보유율도 국민 1.35명당 1대 비율인 4520만대를 보유하고 있다.
뮌스터와 더불어 대표적 자전거 이용 도시인 에르랑겐에서는 30여년 전부터 시민들의 자동차 이용을 적극적으로 억제하고 있다.
일찍이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장려하는 정책을 시행해 온 것이다. 주차장 증설 제한, 자동차 진입금지 차도 설치, 대중교통 요금 인하, 자전거 도로망 정비 등이 자전거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남부 친환경도시 프라이부르크는 시내 모든 주택가의 차량운행 속도를 시속 30㎞로 제한하고 있다.
도심 중심부에는 무료 주차장을 없앴다. 상당수 주차장 부지는 자전거 주차장으로 전환했다. 자전거타기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중앙역에 있는 ‘모빌레’라는 자전거주차장은 1000대의 자전거를 수용할 수 있다.
기차에 자전거 탑승 칸을 마련하고 철도와 연계한 자전거 대여시스템을 운영해 도심이동과 여행에 이용하도록 권장하고 있다.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뮌헨 등 주요 도시 기차역 주변에는 250여개의 자전거 대여소가 설치돼 있고, 앞으로 2년간 ICE 기차역에 100개의 대여소를 추가로 설치할 계획이다.
독일의 자전거 활성화 정책은 2002년부터 2012년까지 시행되고 있는 교통건설부의 ‘국가자전거교통계획’ 정책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이 밖에 미국.일본 등=미국 샌프란시스코시는 ‘샌프란시스코 자전거 계획’을 시행하면서 자전거용 신호등을 설치했으며, 워싱턴 DC도 2008년 8월부터 ‘스마트 바이크 DC’라는 공공자전거대여시스템을 도입, 운영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도 30개의 자전거시책 선진도시를 지정하는 등 정부가 적극적인 자전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자전거 분실을 막고 보관소의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각 자치구별로 등록번호를 교부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베이징에 약 1000여개의 공공자전거 대여소가 있고, 항저우시에서는 작년 5월부터 자전거 무료대여소를 설치하기 시작하여 현재는 640개의 무료대여소에 16,000대의 자전거를 배치했다.
대만의 주요 도시도 'YouBike', 'C-bike' 등의 대여시스템을 올해부터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