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추석선물
민족의 대 명절추석이다. 초청하거나 마중을 나가지 않아도 어김없이 찾아오는 게 세월이며 추석이다.
추석명절은 그야말로 세계적인 전통 문화의식이다.
우리 생활문화에서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라는 말이 전해 내려온다.
우리 선조들은 어렵게 살던 시절, 보릿고개 등 배고픔을 참고 견디며 살던 시절, 햇과일이며 햇곡식이 수확되는 풍성한 추석을 맞아 햇곡식과 햇과일로 조상님께 음덕을 기리며 차례를 올리고 또한 친족 또는 지인들 간에도 풍성한 음식과 과일을 나누어 주고 받으며 서로를 격려하고 삶의 에너지를 충전 해왔다.
그래서 추석은 가장 큰 명절로 꼽혀 왔으며 추석선물문화가 생긴 것이다.
요즘 추석선물 상품권 광고가 한창이다.
최 일류 백화점 상품권, 유명 브랜드 상품권, 호텔 상품권, 등등 모두 10%내외 디스 카운트(discount) 판매다.
엘칸토 상품권 등등은 50% 활인하는 업체도 있다.
추석 선물 특수를 노린 기업의 판매 전략이지만 어쩐지 마음은 마냥 편치 않는 것이 서민들이다.
요즘 경기가 풀리고 있다고는 하지만 일반 서민들은 풍성한 추석과는 거리가 멀다.
최고 학위 까지 받았으나 고정적인 직장을 갖지 못해서 신분 보장이 안 되는 직장을 가진 어느 후배의 말이다.
추석이 돌아오는 것이 반갑지만은 않다고 한다.
추석 상 지내는 경비도 문제지만 그나마 지금 직장이라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석선물비용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후배와 같은 생각은 이 후배의 한 사람 생각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지금 형성되고 있는 88만원 세대의 공통된 생각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추석 선물 상품권 광고는 500만 원 권. 1000만 원 권, 심지어는 3000만 원 권까지 있다.
이 상품권을 이용하는 고객은 백화점에서 귀족 대우를 해준다는 것이다. 듣는 서민들의 마음은 편안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이런 고액 상품권을 추석 선물이라고 믿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과거우리 부모세대들의 추석 선물은 정성어린 격려와 고마움의 표시였다.
추석 선물은 그 시대의 생활상을 담고 있다. 6, 25 전쟁이후 농업사회였던 1950년대에는 지금과 같은 개념의 추석선물 상품권 없었다고 한다.
직접 생산한 계란꾸러미, 고추, 찹쌀, 토종닭 등을 주고받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추석 선물개념이 본격적으로 생긴 것은 1965년 신세계백화점에서 추석선물 카탈로그를 발행한 것이 계기라고 한다.
카탈로그에 올린 품목은 설탕6kg, 라면 한 상자, 맥주 한 상자, 세탁비누, 석유풍로, 아이롱(다리미), 양복지가 전 품목이다.
1960년대 최고의 추석 선물로 손꼽히던 것은 설탕, 미원(조미료), 통조림 등이며 상류층에서 인기 품목이었다고 한다.
최악의 가난에서 벗어나기 시작한 1970년대에는 식료품보다 합성수지 그릇세트, 라디오 등 경공업 제품이 인기였으며 화장품이나 여성속옷, 스타킹, 과자세트 등 추석 선물이 다양해지기 시작 했다.
경제 발전이 본궤도에 오른 1980년대에는 10만 원대의 고급 선물인 넥타이, 지갑 등 상류층에서 인기였으며 최고 추석 선물은 갈비 세트였다.
1990년대에는 활인 점 확산과 IMF 한파로 고가와 저가로 추석 선물의 양극화되기 시작했고 고가의 추석 선물 상품권은 뇌물이라는 사회적인 이슈가 되었다.
그래서 공직자가 주고받는 선물은 3만원을 이하 이어야 한다는 정부의 훈령이 발효되기도 했었다.
지금의 2000년대에는 부모님을 위한 건강 상품과 아이들의 게임기 등도 인기 품목이지만 600만 원 짜리 굴비, 1000만원 짜리와인, 등 추석 선물의 양극화가 여전하다 .
선물의 양극화라는 말은 양쪽 중 한쪽은 뇌물이라는 의미가 내포된 말이다.
영국의 한 기업 윤리연구소는 선물과 뇌물의 차이점을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물건을 받고 잠을 잘 자면선물이고, 잠을 잘 이루지 못하면, 뇌물이다.
둘째 언론에 발표되어 문제가 되면 뇌물이고 문제가 안 되면 선물이다.
셋째 자리를 바꾸고 못 받는 것은 뇌물이고 자리를 바꾸어도 받는 것은 선물이다.
고위 공직에서 퇴직한 어느 친구의 말이다.
현직에 있을 때는 자신의 살이라도 끊어 줄 것 같은 후배가 퇴직한 후에는 생판 모른 사람같이 대한다면서 배신감을 느낀다는 말이다.
세 번째 기준에서 말하는 ‘자리’라는 것은, 누구나 정상에 가면 내려오기 마련이다.
내려온 다음에는 모든 관계있었던 사람들의 발을 딱 끊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이게 세상인심이다.
김 찬 집
수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