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영버스 타 보라, 세금 낸 맛을 안다
운전자 친절 등 민영버스 본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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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시 공영(公營)버스는 민영(民營)버스와 달리 직접 행정기관이 운영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즉 제주시가 주민들의 혈세를 들여 운영하고 있는 시영(濟州市營)버스인 것이다.
이 제주시 공영버스가 어제 출범 6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시민, 그 중에서도 영세서민들의 ‘발’ 역할을 훌륭히 해 내고 있다.
제주시가 변두리 오지(奧地)에 공영버스를 투입하기 시작한 것이 2003년 9월이었다. 그 이전에는 모든 변두리 오지 노선에도 민영버스들이 운행했었다. 하지만 이용자가 적어 적자를 견뎌 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버스 연착과 결행이 잦았고, 영세서민들은 그들대로 불편이 매우 컸다. 제주시가 주민 혈세를 쏟아 부어 공영버스를 운행하기 시작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공영버스 출범 당시에는 겨우 15대의 버스로 7개 적자 노선만을 운행했다. 그러던 것이 6주년을 맞은 지금 오등-정실선 등 11개 노선에 25대의 버스가 운행하고 있다. 적자에도 불구하고 변두리 오지 교통난 해소에 많은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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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 대수와 노선만 증가한 것이 아니다. 이로 인한 이용자 수도 점차 불어나는 추세다. 지난 6년간 총 이용객 수가 1503만6000여명이다. 1일 평균 6731명이 이용해 왔다는 얘기가 된다.
솔직히 말해서 공영버스를 타 보면 세금 내는 맛을 알 수 있다. 우선 손님이 있건 없건 결행이 없고 시간을 잘 지켜 연착하는 법이 없다. 그리고 운전자들이 매우 친절하다.
그들에게는 인간미가 흐른다. 공영버스를 이용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젊은 남녀, 어린 학생들까지 만족 해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민영버스가 본받을 만하다. 아마 그렇게 하면 민영버스 승객도 증가할 것이다.
어떤 때는 승객들이 미안 할 정도다. 커다란 공영버스를 자가용처럼 4~5명만 타고 달린다. 세금을 안 내고서야 이런 호강을 어디서 맛 볼 것인가. 혈세 내는 즐거움을 알기 위해 공영버스를 타 볼 일이다. 도지사, 제주시장, 행정청의 실-국장들도 가끔 공영버스를 타 버릇 하는 것이 교통행정에 도움이 될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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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눈덩이 같은 적자다. 제주시 공영버스가 지난 8월말 현재 안고 있는 누적적자가 무려 54억 원에 이른다. 하지만 어쩔 것인가. 현재로서는 적자도 면하고 노선도 그대로 유지할 방법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시 외곽의 계속된 개발과 인구분산으로 비수익 노선에 대한 공영버스 확대 운행은 불가피하다. 따라서 제주시는 적자 누적을 이유로 공영버스 증차나 노선 증설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 지금까지도 그랬듯이 세금을 써서라도 계속 확대해 나가야 한다.
적자는 세금으로 갚을 수밖에 없다. 제주의 항공교통난도 거액의 도민 혈세를 투입, 저가항공시대를 엶으로써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않았던가. 제주시 비수익 버스 노선 권에 있는 영세민들을 위해서는 세금을 써도 좋다. 저가항공사에 대해 세금을 과감히 써도 좋은 것처럼 말이다.
세금을 써야 할 곳에 쓰는 것은 누가 뭐라 하지 않는다. 그러기에 티 잡기 좋아 하는 시민 사회단체에서도 제주항공 투자, 공영버스 운영에 대해서는 말이 없지 아니한가.
진정으로 도민들을 위해 저가항공과 비수익 공영버스에 세금을 쓴다면 이용자들은 정말 세금을 내는 즐거움을 느낄 줄 안다. 그 대신 다른 곳에서의 혈세 낭비를 줄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