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재래시장으로 발길을 돌리자
1990년대 말 대형마트가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재래시장은 침체기를 맞고 있다.
대형마트의 거대한 규모와 편리한 소비환경은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찾아볼 수 있던 재래시장은 점점 뒤로 물러나고, 대형마트가 우리의 생활에 밀접하게 다가오고 있다.
이제는 인터넷과 TV홈쇼핑까지 인기를 끌며 재래시장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규모의 경제에 충실하며, 고객요구에 부응하는 유통산업의 발전은 분명 마땅한 방향으로의 움직임에는 이견이 없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경쟁구조가 취약한 재래시장의 고객이 감소하고 공점포가 증가되면서 이제는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위협을 가만히 두고 보기에는 재래시장이 지니는 장점이 너무 많다.
재래시장은 지역의 가장 기초적인 사람들이 생업에 종사하는 장소이며, 이런 이유로 지역경제의 기반이 되는 서민경제를 받쳐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재래시장의 활성화가 성공한다면 지역경제의 확실한 견인차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저렴한 가격과 공급의 탄력성 역시 재래시장의 장점이다.
2008년 9월 중소기업청의 발표에 따르면 재래시장 물건 값이 대형마트에 비해 평균 19%정도 저렴했다.
뿐만 아니라 시장은 개인의 점주들이 모여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고객의 요구에 응하는 속도가 대형마트에 비해 훨씬 탄력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재래시장에는 대형마트에서 찾을 수 없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이곳에는 서민의 애환이 담겨있고, 우리네 삶의 역사가 담겨있다.
저마다 장터에 모여 사고팔고 이웃의 안부를 묻던 우리네 시골장터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닌 삶의 중심이었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마땅히 보존 받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자유경제 시대에 법으로 이를 규제할 수는 없겠지만 서로 간 영역을 지키며 발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위축돼가는 재래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난 2004년 10월 ‘재래시장 육성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 시행하고 있다.
재래시장의 현대화를 촉진해 유통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을 도모하고 지역경제의 활성화와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취지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아직까지 부족하다.
앞으로는 재래시장의 상권보호와 영세사업자를 위해 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시장상인의 전자상거래와 상품권확대, 신용카드결제 등 상거래의 현대화를 촉진해야 하고 시설개선을 위한 보조금 지원과 각종 편의시설, 주차장 시설개선 및 확보 등 고객들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시장을 이용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재래시장 역시 고객이 급속도로 대형마트 등에 유입되는 시장문화에 적응하기 위한 자구노력을 강구해야 한다.
시장상인들은 모두가 하나라는 공동체 의식으로 시장 전체를 먼저 생각하고 대형마트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재래시장 특유의 정서와 차별성으로 고객을 끌어와야 한다.
값싸고 향수와 훈훈한 정이 넘치는 재래시장이 다시 손님들의 발걸음으로 넘실거리길 기대 해 본다.
개인 소비자들도 재래시장 살리기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아니, 거창하게 운동이라기보다는 가족들, 친지들과 함께 재래시장의 풍경을 보러 오는 일부터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소비자들도 재래시장의 넉넉한 풍경에 이끌리게 될 것이다.
고 기 봉
제주도 소비자위생감시요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