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여선생님을 성희롱한 학생과 인성 교육
최근 인터넷에서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이 퍼지며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사건의 발단은 평생학습기관으로 지정된 서울의 한 고교에서 이 학교 2학년 학생이 7월 초 자신의 인터넷 미니홈피에 '선생님 꼬시기'라는 제목을 붙여 올린 동영상에서 시작됐다.
9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고교는 여교사에게 성추행으로 보일 수 있는 부적절한 행동을 한 학생과 이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미니홈피에 올린 학생에 대해 10일간 출석정지 징계를 내렸다.
46여초짜리 동영상에는 수업이 끝난 남 여 합반인 고등학교 교실의 모습이 담겨 있다.
모자를 쓰고 후드를 입고 있는 건장한 체격의 한 남학생이 시험지처럼 보이는 유인물을 걷는 여선생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가선다.
여선생님이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옮기자 "누나 사귀자"라고 소리친다.
다른 학생들이 "한 번 더, 한 번 더"를 외친다.
남학생은 다시 선생님의 뒤로 다가가 어깨에 손을 올린다.
다른 남학생이 여교사의 손목을 잡고 있는 모습도 잡혀 있다.
여교사가 동영상을 찍는 학생을 향해 '찍지 말라'는 듯이 손가락질을 하는 모습이 마지막이다.
이 동영상은 지난 8일 인터넷 포털 사이트 등을 통해 순식간에 퍼졌다. 인터넷 댓글은 들끓었다.
"명백한 성희롱이다" “잃어버린 10년 동안 공교육을 방치한 결과다" ”교사의 권위가 아무리 땅에 떨어졌다고 해도…" “국민들은 더 이상 내 아이만 소중하다는 이기적 생각을 떨쳐 버리고, 학교는 교권 바로 세우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펼쳐야 한다고 본다.
부모의 항의와 질책이 두려워 아이들을 오냐오냐하는 식으로 교육한다면 결국 그 피해자는 학생들이며 부모들이다.
더 엄격하게, 때로는 필요하면 회초리를 들고 다스려야 한다.” "학생이라고 봐 주면 안 된다" 등등 성토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일부에선 "학생들이 장난으로 한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흥분한 네티즌들의 '폭탄 댓글'에 묻히고 말았다.
서울시교육청은 곧바로 진상 조사에 착수했고, 학교 측은 긴급 징계위원회를 열어 여교사에게 부적절한 언행을 한 학생과 동영상을 찍은 학생 등 2명에 대해 출석정지 10일의 징계를 결정했다.
해당 동영상을 살펴봤다. 교사였던 나에게는 너무나 어이없는 상황에 화가 치밀었고 교사의 자존심마저 내던지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동영상을 자세히 살펴보니 동영상 속 학생은 여선생님이 젊기 때문에 ‘어리고 우습게' 보고는 있지만, '능멸'하는 수준까지는 가지 않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장난'으로 만든 동영상일 가능성도 아주 배제할 수는 없을듯했다.
하지만 선생님하고 친하여 장난끼 어린 행동이라 해도 학생들의 태도는 분명 잘못됐다.
우선 미니홈피에 올린 동영상 제목이 '선생님 꼬시기'라는 것부터 시작해 벌어지는 동영상 속 상황 자체가 신성해야할 교실이 막가버린 느낌이 들었다.
인성교육과 학생 비행을 예방해야하는 학교와 교사들의 적극적인 대처 자세가 요구된다.
선생님을 '누나'라고 부르는데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학교에 되묻고 싶다.
오늘날 물질적 가치가 중요해지고 정신적 가치가 소홀하게 취급되는 사회 분위기와 교육당국에서 학생들에게 체벌하지 말라는 지침 때문에 학교 현장에 있는 교사들이 학생지도에 매우 큰 고민을 갖고 있지만, 인성교육은 우리 교사들이 책임져야할 몫이다.
이 동영상을 보았거나 뉴스를 접한 많은 국민들은 "과연 저기가 교육 현장인가"하는 반문이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 측의 '출석정지 10일' 처분은 소식이 알려진 직후 '솜방망이 처벌' 논란에 휩싸였다.
통계에 의하면 교권 침해 사건이 계속하여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최근 1~2년 사이에 교직에 대한 만족도와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그 이유는 "학부모와 학생들에 대한 교사의 권위가 상실됐기 때문"이다.
'여교사 성희롱 동영상' 파문은 비정상적으로 흘러가는 '인터넷 문화'와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진 교육 현실’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조속히 교원의 교육활동보호법의 제정 등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무분별하고 자극적인 동영상이 유포되지 않도록 포털사이트도 사회적 책임에 동참해야 하고 나쁜것을 거르는 여과기 역할을 해야한다.
교육은 궁극적으로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일이다.
이와 같은 충격적인 현상은 결국 부족한 학교 인성교육 부재에서 시작되었기에 학교 교육을 새롭게 정립해야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한 사회의 도덕적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각기 도덕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학교에서 배운 인성교육은 가정이나 지역사회 등의 실제 삶과 연계시키지 않고는 실현시키기 매우 어렵다.
학교교육을 담당했던 교육자로서 도덕적 위기의식과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면서 막중한 사명감을 느낀다.
윤 두 호
전 남녕고등학교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