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관광과 감귤
2009-09-09 임성준
제주의 주 소득원으로 자녀들의 대학 뒷바라지에 큰 도움을 줬기 때문이다.
생명산업인 감귤은 이제 시장 개방과 거듭되는 과잉생산, 경쟁 과일의 생산량 증가 등으로 점점 경쟁력을 잃고 있다.
농민들도 생산량을 줄이고 소비자가 원하는 맛 좋은 감귤을 생산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공감하면서도 여전히 '무임승차' 의식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올해산 노지감귤은 과잉생산으로 수급 조절과 제값 받기에 비상이 걸렸다.
또 다시 생산량 조절에 실패해 가격이 폭락하면 누구를 탓할 것인가.
행정 주도의 강력한 감산 시책이 추진되면서 언제까지 관(官)이 시장에 개입할 것인가란 비판의 목소리도 크다.
지역 내 총생산의 68%를 차지하는 관광(서비스)산업은 어떤가.
해외여행 자유화 이전인 1980년대만 하더라도 호텔 방이 모자로 신혼여행 두쌍을 한 방에 묵게할 만큼 호황일 때가 있었다.
하지만 관광업계도 이제 극심한 공급과잉 현상을 빚고 있다.
지난 2001년과 비교할 때 여행업은 125%, 관광지는 250%, 렌터카 대수는 184%나 급증했다.
여행업체는 600여곳, 관광지는 박물관만 50여곳에 이르는 등 무려 200곳에 육박하고 있다.
과당.출혈 경쟁이 되풀이되면서 송객 수수료가 관행처럼 거래되고 있다.
과도한 송객 수수료는 결국 여행객들의 부담을 가중시키는 고질적인 고비용 관광의 원인으로 지적돼 왔다.
제주도는 고비용 해소 정책으로 지난해부터 송객수수료 양성화를 본격 추진하기 시작했다.
업계 스스로 자정 못하면 도 조례로 수수료의 적정 비율을 정하도록 규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특별자치도특별법 특례를 두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는 결국 수십년 동안 제도적으로 손을 대지 못했던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고 결의했다.
그 동안 사법.세무당국이나 행정이 음성 수수료 문제를 건들려 해도 영세한 도내 관광업계 구조에서 지역 경제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린다는 우려가 깔려 있었다.
음성 송객수수료 거래는 제주 뿐만 아니라 국내 나아가 전 세계 관광지에서도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는게 사실이다.
송객수수료 양성화가 정착돼야 명실상부한 관광 1번지로 거듭날 수 있다.
제주도관광협회는 지난 5일 경주 한화리조트에서 업종간 대표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워크숍을 갖고 업계간 송객수수료에 대해서는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여행안내사와 운전기사에게 지급하는 송객수수료는 원천징수를 통해 관광 상거래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결의했다.
또 여행안내사와 운전기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의 원천징수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인적사항이 내장된 가칭 '클린카드' 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제주관광의 고질적 병폐를 업계 스스로 치유해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하고 투명성을 높이자는 결의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소득이 있으면 제대로 신고를 하고 그에 맞는 세금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관광업계가 대부분이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스스로 치부를 드러내 투명하게 거래하겠다는 결단을 내리게 된 것은 당장 업계의 이득보다는 제주 관광 전체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 차원에서 결정을 내린 점에 주목을 끈다.
소득이 노출되고 수입과 직결된 문제여서 투명성 확보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영세한 사업자나 관광안내사들은 아무래도 세무지식이 부족해 당분간 혼란도 따를 것이다.
협회 차원에서 철저한 교육이 필요한 대목이다.
무엇보다도 자율 실천의 한계를 극복하고 참여 확산을 위해 동참 업체 인센티브 방안과 함께 불참 업체에 대한 행재정적 제재, 적정 수수료를 책정해 고비용 거품을 빼는 방안이 따라야한다.
자율 결의다 보니 누군 하고 누군 안하면 결국 '허명의 문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우선 투명성을 확보하고 궁극적으로는 적정 송객수수료 책정으로 고비용 해소로 이끌어야 한다.
관광업계 워크숍에서 한 토론자는 "(음성적인 수수료 때문에) 관광업계가 그 동안 '지하경제'라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아왔지만 앞으로 1~2년 동안 쓰라린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 곧 제주 관광 재도약의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며 "'내가 안해도 누군가는 하겠지'라는 무임승차 의식은 제주관광의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며 업계의 동참을 호소했다.
제주의 생명산업이었던 관광과 감귤산업 모두 패러다임의 전환기를 맞고 있다.
관 주도가 아닌 관광업계와 농민 스스로 혁신하고 발상을 전환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임 성 준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