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성스런 유아교육 붐

2004-04-26     강정태 기자

사교육비 1인당 58만원 "어린이 혹사" 비난

초등학교 입학전부터 극성스러운 부모들의 교육열기로 인해 아이들이 혹사당하고 있다.

초등학교 입학을 1년 앞둔 정석(가명)이는 하루 24시간이 짧다. 유치원에, 음악학원, 태권도, 논술학원 등 배워야 할게 너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석이의 엄마는 아무래도 성이 차지 않는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본격적인 경쟁의 시작인데 지금 정석이의 수준으로는 뒤쳐질까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졸린 눈을 부비며 아침밥을 먹은 정석이는 셔틀버스를 타고 유치원으로 향한다. 정석이에게는 그나마 가장 나은 시간이다. 그나마 학원보다는 친한 친구들이 많기 때문이다. 오후 2시부터가 정석이에게는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태권도학원, 글씨기 학원, 피아노 학원에 다녀와야 하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학원에 치이다 보며 오후 7시가 되어야 겨우 일과가 끝난다. 여기에 일주일에 두 번은 방문학습지교사의 수업을 기다려야 한다.

정석이가 좋아하는 TV 만화도 보고 싶지만 왠간해서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다른 애들은 바이올린 또는 플로학원과 수학, 영어학원까지 다니는걸 생각하면 그리 많은 것 배우는 것은 아니지만 7살된 정민이에게는 힘에 부치는 것 같다.

유치원교사인 오혜진(32·여)는 "요새 학부모들은 3∼4개 학원은 기본"이라며 "일부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의 경우는 개인 레슨을 받게 하는 등 무리를 해서라도 고급교육으로 가는게 추세"라고 말했다.

도내에서 사교육 비용은 사립유치원 10만원, 학원 3곳에 방문학습지를 포함해 28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여기에 개인 레슨을 시킬 경우 20만원정도가 추가된다. 자녀 1명당 한달에 58만원정도가 들어가는 것이다.

이러한 교육열기는 태교때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서귀포에서 학습지 교사로 일하는 오연숙(32·여)씨는 "요새 유아교육에는 시기가 따로 없다"며 "태교때부터 체계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씨는 임산부를 상대로 1주일에 한번씩 방문 교육을 통해 체계적인 태교방법에 대한 교육을 시키고 있다. 구체적인 태교방법과 적정시기에 맞춘 적기 교육을 시켜주기 위해서이다.

오씨는 또 "본격적인 교육은 돌 전후 시기부터 이뤄진다"며 "1주일에 한번씩 방문해 어휘력과 표현력을 키워주기 위한 '오감교육'을 주로 시킨다"고 말했다.
또 한글교육은 돌 전후부터 시작한다고 한다. 비용도 8개월짜리 한글교재가 23만원에다 1개월에 4만원정도가 고정적으로 지출돼 그리 만만한 부담은 아니다.

이와 관련 김모(33·여)씨는 "다른 아이들에게 한번 뒤떨어지기 시작하면 평생 만회하지 못할 것 같다는 걱정이 든다"며 "무엇보다도 다른 아이들에게 뒤쳐진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솔직히 우리집 생활수준에서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지만 무리해서라도 모든지 해주고 싶은게 부모의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엄마들의 이같은 극성은 어린이들의 정서를 헤치면서 비정상적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돼고 있다.
도내 K정신과의사는 "엄마들의 경쟁심리, 비뚤어진 보상심리로 아이들이 혹사당하고 있다"며서 "사랑으로 커야할 유아들에 대한 이런 혹사는 아이들의 정신적 발육을 저해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