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이명박 장로’ 대통령
2009-09-06 제주타임스
대선후보 당시 이명박 후보는 “(교회) 장로로서 정치하기가 쉽지 않다. 참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고 했으며, “‘장로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할 텐데...’라고 문득문득 생각할 때가 많다”면서,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기 위해서는 기도하는 마음으로 많은 것에 의존해야 한다. 우리가 애쓰는 것밖에 없을 것 같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 후 '청와대에 찬송과 기도 소리가 울려 퍼지게 하자'는 구호와 함께 '장로 대통령 만들기'에 동조하고 나선 보수 기독교인들의 지지가 이명박 정권의 탄생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그렇지만 장로 대통령의 일방적이고 자기 모순적 행보에 대해 기독교 내부에서도 반성서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지난 6월 중순 '이명박 대통령께 드리는 공개서한'을 통해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결단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또한 7월 13일에는 미디어 법 강행처리를 반대하며 비상 시국기도회를 개최했으며, 7월 29일에는 세계교회협의회 등 세계 각지에 서신을 보내 "한국의 민주주의와 인권 수준이 이명박 정부 아래서 퇴보하고 있다"며 지원을 요청했다.
"하나님보다 재물을 섬기는 가치관을 가지고 거짓과 약속 위반으로 정국을 운영함으로써 세상 사람에게마저 지탄의 대상이 되어 하나님의 이름을 더럽히고 기독교의 전도에 심한 해악을 입히는 이명박 대통령을 더 이상 기독교회의 장로로 간주할 수 없다.”
웨스트민스터대학교 황영철 교수 등 6명의 신학자가 발표한 시국선언 내용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스스로 장로 직을 포기하고 겸손히 주의 말씀 앞에 회개하고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을 펴며 자비로우신 하나님을 본받아 원수에게까지 관용과 긍휼을 베풀 것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교회가 모두 이명박 장로 편이 아니라는 반증이다.
이명박 장로 뒤에는 현재 7만 성도를 자랑하는 '소망교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등의 친위 세력이 버티고 있다. 1977년 창립되어 압구정동에 자리한 ‘지리적 특색’ 덕분에 신도 중에는 기업인, 학자, 정치인, 관료 등 사회지도층 인사가 많다. 그런데 요즘 ‘소망교회 인맥’이 최대 관심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신도 가운데 전·현직 장·차관급 공무원만 해도 600명이 넘는 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전통적으로 개신교 보수 세력은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정권의 성격과 관계없이 매우 협조적인 관계를 유지한다. 그 과정에서 정권으로부터 많은 혜택을 입고 성장을 거듭한다.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은 국가도 계급도 없는 하나님이시다. 그는 가난한 자, 억압받는 자, 멸시받는 자의 하나님이시다. 정치적으로 십자가에 달리신 그리스도의 통치는 단지 권리를 박탈하고 무감정적으로 만드는 지배형태와 이 지배형태를 안전하게 보장해주는 정치적 종교로부터 해방될 때에만 확정될 수 있다. 성서는 정치적 행위와 고난 속에서 가난한 자, 버림받은 자, 압제받는 자와 죄인의 눈으로 볼 때 비로소 이해된다. 병자, 귀신들린 자, 문둥이, 낮은 자, 하나님 없는 자들이 예수를 자기들의 구체적인 고통의 구체적인 해방자로 경험하였다. 예수는 속박 받고 압제받고 죄책을 짊어진 자에게 해방자로 경험되며, 그와의 사귐은 질곡과 압제와 죄책에서 구체적으로 해방시킨다. 이명박 장로는 몰트만(Moltmann)의 ‘정치신학’을 한번 쯤 음미하면서 국정을 풀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김 관 후
시인/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