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국 제주', 세계와 소통하다

제주서 유럽,미대륙, 아프리카와 아시아 국가들
한자리에 모여 서로간의 문화 소통의 장 마련해

2009-08-30     고안석

9월9일부터 15일까지 7일간, 󰡐평화의 섬󰡑 제주에서 열리는 지구촌 최대의 문화예술제전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의 개막행삭 그 베일을 벗는다.

이번 개막식에는 동서양의 예술가들이 제주를 무대로 축제 한마당을 펼친다.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 대극장과 신산공원 특설무대, 제주돌문화공원 등에서 열리게 될 축제 프로그램은 그야말로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의 경계를 넘는 세계 문화예술 교류의 장이다.

이번 축제 프로그램은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가 추구하는 3가지 ▲󰡐목적, 인류의 창조적 표현력󰡑을 중심으로 한 세계인의 소통의 장 ▲전 세계의 다양한 예술적·문화적 가치를 존중하고 공유하는 장 ▲국제자유도시 제주에 대한 전 세계적 인지도 확보의 장을 마련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축제를 직접 관람하게 될 제주도민들의 문화향수를 고려, 예술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예술가와 프로그램을 선정했다.

또한 일반적인 현대예술보다는 민족적·지역적 정체성을 표현할 수 있는 시와 음악, 춤과 연극, 미술에 이르는 전 방위적 예술 장르로 축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전 세계 각국의 다양한 삶의 조건들 속에서 창조된 전 세계인들의 다양한 문화적, 예술적 가치를 존중하고 공유함으로써 문화다양성 보존에 기여하고자 하는 대회의 목적을 반영했다.

이렇게 구성된 프로그램들은 현대 델픽의 정신과 지향을 폭넓게 수용하고 개최지인 한국, 그리고 제주의 문화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것에 주안점을 뒀다.

이번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개회식을 필두로 대회가 막을 내리는 폐회식까지 대회가 진행되는 7일간 제주 전역에서 세계 각국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맛 볼 수 있다.

세부적인 축제 프로그램은 개회식(9일 한라체육관)과 폐회식(15일 신산공원 특설무대), 델픽 공연예술축제(10일부터 14일까지 도 일원), 시음악의 밤(10일부터 12일까지 제주특별자치도 문예회관․제주돌문화공원), 시문화포럼(12일 제주돌문화공원), 마에스트로 프로그램의 일환인 워크숍, 강연회, 공연과 마에스트로의 예술세계를 전시한 마에스트로관이 있으며, 부대 행사로 델픽바와 제주공예품 전시관 등으로 구성된다.

조선시대 민중놀이 집단인 남사당패의 최초이자 최후의 여자 꼭두쇠였던 바우덕이의 예술 혼을 이어가는 안성 남사당패 ‘바우덕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불교예술 영산재의 일부인 한동희 스님의 󰡐범패󰡑, 한국 민속극의 1인자 심우성의 ‘제주(탐라)의 노래(신작)’와 새로운 개념의 야외극 극단 비주얼씨어터 컴퍼니의 ‘꽃’, 제주를 대표하는 예술인들까지 전통과 현대를 아우르는 한국의 문화가 세계인들에게 소개된다.

해외 예술가들로는 지금까지 한국에 소개되지 않은 유럽과 라틴 아메리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특색 있는 숨은 보석들이 제주를 찾는다.

유럽에서는 슬로바키아, 러시아, 그리스, 집시, 유대음악에서부터 재즈, 오페레타, 영화음악에 이르기까지 독특한 중부 유럽의 음악가들과 구성된 슬로바키아의 집시 데블스 오케스트라, 오페라 아리아에서 예술가곡, 샹송과 재즈까지 거침없이 소화하는 프랑스의 스타 소프라노 이자 라가르드가 고전파, 낭만파, 현대 음악에 이르기까지 서정적이면서도 정열적으로 모든 관객에 감명을 불러일으키는 피아니스트 김세정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자유와 방랑을 상징하는 집시의 춤 로시오 바스케스 플라멩코 무용단과 만나는 태양의 나라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영혼을 노래하는 파두(Fado) 그룹 조안나 아멘도이라의 무대를 통해 유럽의 다채로운 문화들이 소개된다.

또한 잉카 전통음악과 라틴 민속음악을 연주하는 페루의 잉카 엠파이어, 에콰도르의 북아메리카 전통 음악그룹 아파치의 인디언 음악, 브라질 전통음악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혼성음악 피아니스트 벤자민 토브킨이 정열적인 라틴 아메리카의 세계로 초대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안무가 빈센트 만쭈이는 주술사였던 어머니에게서 보고 배운 전통의식을 바탕으로 아프리카 무용과 발리 무용에서 발레, 마이클 잭슨의 스텝까지 멈추지 않는 긴장감으로 포용한 다양한 춤의 세계를 보여준다.

유라시아의 빛 몽골이 그 다음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광대한 초원에 꽃피운 고대문화를 가진 몽골의 고대악기 마두금을 몽골의 전통음악 막탈 가수이기도 한 체렌 도르츠가 연주한다. 프로 무용단이 극히 적은 일본은 교토 부립 극장인 알티(ALTI; Art Live Theater International)에 소속된 알티 무용단의 ‘기도하는 사람들’을 통해 일본 현대무용의 현재를 보여준다.

1만 8000 신화의 섬, 제주에서 세계 각국을 대표하는 시인들이 물과 불, 바람, 대지를 아우르는 생명의 근원을 노래한다.

시(詩)의 음률은 한라산을 타고 흘러 세계와 소통하는 탐라에서 아름다운 언어예술의 향연을 벌인다. 시는 텍스트 문학이지만, 본래부터 낭송을 염두에 두고 운율과 음악성, 전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을 시인이 가지는 독특한 표현 양식을 함축하고 있다.

음악 혹은 신체적 표현 등 시인들만의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청자(聽者)와 함께 문학을 향유하는 ‘시음악의 밤’과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강연회, 시인들이 참여하는 ‘시문화포럼’을 연다.

이번 시 분야 프로그램에는 한국을 비롯,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몽골, 우크라이나,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필리핀, 나이지리아, 이집트, 요르단 문학에 이르기까지 평소 쉽게 접하지 못했던 아랍 문자와 이슬람 문화권역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른바 제3세계 문학으로 불리는 아프리카 문학은 지난 2007년 전주에서 처음 개최된 '아시아-아프리카 문학 페스티벌'을 기점으로 간혹 소개되었지만 제주세계델픽대회란 세계 언어예술 교류의 장에서 다시 한 번 관객들과 소통의 기회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언어인 프랑스어의 모음 풍부성, 전 세계적으로도 표현력이 뛰어난 언어로 이슬람교 경전인 '코란'을 포함해 중요한 문학적 유산을 남긴 아라비아 반도의 문화유산 아랍어, 유라시아대륙을 호령한 칭키스칸이 정복했던 알타이어계에 속하는 몽골어, 피오르드의 협곡을 개척하며 바다와 싸워온 바이킹의 후예답게 생동감과 개방성, 환상과 모험을 추구하는 낭만주의적 특성이 있는 노르웨이 문학, 소련의 해체와 더불어 독립한 여느 민족국가들과 달리 자신들만의 언어정체성을 재정립하기 위해 부단한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문학, 방언까지 합해 700여종의 문자가 쓰이는 인도의 힌두 문학, 이슬람과 기독교, 토착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는 서아프리카의 나이지리아와 그 밖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한국의 문학이 이번 델픽대회를 통해 한 자리에 모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