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민소환법 개정 필요성 제기
국책사업ㆍ공익사업 등 소환청구사유 제한 필요성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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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치러졌던 김태환지사에 대한 주민투표로 주민소환법 개정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자체의 주요 결정사항에 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보장하고 지방자치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기 위한 주민소환제가 오히려 지역주민의 갈등과 분열을 초래하는 결과를 낳았기 때문이다.
특히 주민소환법상 소환청구사유를 제한하거나 특정 하지 않음으로써 야기되는 문제점이 한 둘이 아니다.
주민소환제도가 국책사업이나 공익사업에까지 남용되거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악용될 소지가 있음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헌법 재판소는 ‘독선적이고 비민주적 정책 추진을 광범위하게 통제하려면 소환 청구 사유를 제한 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었다.
그래서 지난 3월 26일 ’주민소환 사유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 현행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은 합헌‘이라고 결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헌법재판소의 판단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주도지사 소환 투표는 법리적 해석을 뛰어넘는 현실적 문제로 다가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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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결과를 분석해보면 그렇다. 이번 소환투표에는 4만6076명이 참여했다. 전체 유권자 41만9504명의 11%에 불과한 인원이다.
소환에 서명한 당초의 7만7367명에도 3만1천여명이 부족한 것이다. 이중 유효서명인 수로 확정된 5만1044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수다.
이는 서명 강요 등 서명운동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었다는 증거다. 서명인수보다 투표자가 적었다는 것은 여러 경우의 수를 대입해도 소환 서명운동이나 서명부 작성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갖기에 충분하다.
저조한 투표율에 대한 일각의 분석도 이번 소환투표가 ‘일부 목소리 큰 사람들의 자가발전‘이었을 뿐이라는 비판도 있다.
주민소환사유가 도민의 공감을 못 얻었고 그것이 결국 침묵하는 대다수 도민들로부터 외면 당했다는 분석이 가능해진다.
소환운동본부 측에서는 투표불참을 유권자의 권리포기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투표포기나 투표불참행위도 유권자의 권리임에는 틀림없다.
그래서 소환운동본부의 이번 투표결과에 대한 ‘불인정’은 그들이 주장하는 ‘관제 선거’ ‘부정선거‘규정에 관계없이 도민적 공명을 얻지 못하고 있다.
관권개입 등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응징은 당연하지만 이를 이유로 민의가 확연히 드러난 투표결과에 불복하는 자세는 도민정서와는 거리가 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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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이번 주민소환 투표는 현행 주민소환법 개정논란의 물꼬를 텄다는 데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하겠다.
소환청구사유 제한 문제, 소환 서명인수 비율과 투표율에 따른 개표 문제의 적절성 등 제기되는 문제점을 걸러낼 필요가 대두된 것이다.
가장 중요한 소환청구 사유를 규정하지 않음으로써 지방행정의 안정성을 훼손 할 소지를 손질할 필요성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부패나 비리 등 위법한 권한 행사를 소환청구 사유에 특정함으로써 지역주민들의 감시와 견제의 질을 높이는 풀뿌리 민주주의를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주민소환제가 국책사업이나 공익사업에까지 남용되거나 악용된다면 지방행정은 좌초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현행 주민소환법 개정의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단체장 비리나 부패문제가 아닌 정책 사항에 대해서는 주민소환에 앞서 ‘주민갈등 조정 위원회’나 ‘정책평가위원회’ 같은 법적 기구를 둬 갈등을 조정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