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제주는 지금 신종플루 ‘대 유행’ 중
그럼에도 대응책은 너무 허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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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는 지금 신종플루 대 유행 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줄 안다.
지난 12일 개막한 제14회 제주국제관악제 기간 중에는 말레이시아 등 국내외 참가자 일부와 자원봉사자-용역사 직원 등 무려 28명이 무더기로 신종플루에 감연 돼 외국 참가자들은 말할 것도 없고, 도민들까지 긴장시켰다.
이로 인해 문예회관, 제주해변공연장, 한라아트홀, 서귀포 천지연 등에서 열기로 했던 행사들이 취소됐고, 급기야 20일로 예정돼 있던 폐막식조차 열지 못하는 사태를 빚었다.
물론, 제주에서의 신종플루 환자 발생이 관악제 때가 처음은 아니다.
지난 6월 17일 제주에 왔던 2명의 미국 관광객이 확진 환자로 판명된 바 있는 데 이것이 제주의 첫 환자였다.
그 후 신종플루 환자가 급속히 확산되더니 드디어 국제관악제를 파행으로 몰아넣었고, 심지어 최근에는 지역감염으로 추정되는 첫 확진 환자도 나타나 도민을 불안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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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뿐이 아니다. 신종플루는 급기야 학교들을 급습하기 시작했다.
제주시내 3개 고등학교에서 이미 총 13명의 학생들이 잇따라 확진환자로 진단되면서 제주도에서 처음으로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도 나타나고 있다.
교사가 확진환자로 밝혀진 초등학교까지 나타났다.
이렇듯 제주에서의 신종플루는 첫 발생 불과 2개월여만에 확산 일로에 있다. 현재 확진환자만 총 71명, 추정환자까지 하면 80명에 육박하고 있다.
제주도는 광역자치단체라고는 하나 그 면적이 다른 도(道)의 1개 군(郡) 정도에 불과하다.
인구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못한다.
이러한 지역세임에도 불구하고 두 달 남짓 만에 신종플루 확진환자가 71명으로 급속확산 된 것은 가히 공포스러운 수준이다.
하물며 제주도는 면적과 인구가 보잘것없지만 외국인들이 즐겨 찾는 국제관광지다. ‘신종’이 더욱 맹위를 떨칠 개연성은 어느 지역보다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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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제주도의 신종플루에 대한 대비는 너무 미흡한 것 같다. 시설-약품-홍보 등 모든 면에서 제대로 된 것이 없는 듯하다.
제주도가 종전 ‘신종플루 대책반’을 ‘대책본부’로 높이고 거점병원 8곳과 거점약국 11곳을 지정한 것은 당연하다.
1만명분의 항바이러스 제를 정부에 추가 요청한 것도 적절하다.
그러나 그일 자체만으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거점병원들의 시설이 아직은 미흡하다는 소식이다.
격리라도 잘못되게 되면 제3자 감염이 우려된다. 검사기구도 충분치 못한 모양이다.
‘신종’이 한두 달 사이에 물러날 질병이 아니라면 ‘장기전’을 위해서도 모든 관련시설들을 갖출 수 있도록 당국이 서둘러야 한다.
약품도 그렇다. 전국적으로 물량 자체가 부족해서 난리인데 ‘추가 요청’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
사불여의(事不如意)하면 제주도가 직접 외국에서 들여오는 비상조치도 강구해 둬야 한다.
홍보나 관련기관간의 업무협조 체제도 마찬가지다.
거점 병원-약국을 지정만 할 것이 아니라 도민에게 적극적, 반복적으로 이름을 알려줄 일이요, 도-보건소-병원-약국 간 업무 라인에도 이상이 없어야 한다.
이제 ‘신종’ 극성기 가을과, 전 세계 54개국에서 1500여명이 몰려올 델픽대회가 눈앞이다. ‘신종퇴치’에 모두 올인 해야 할 때다.
특히 당국이 유념할 일은 ‘신종’이 관광업계에 영향 줄까 봐 ‘쉬쉬’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바로 그 ‘쉬쉬’가 더 큰 화를 불러 올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