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갈등 봉합이 최우선 과제
김태환지사 주민소환투표 후의 사회적 통합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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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 8시다. ‘김태환 도정의 운명’이 전환점을 가리게 될 시간이다. 오늘 오전 6시부터 시작된 제주특별자치도지사 주민소환투표가 마감되는 오후 8시. 투표율이 1/3에 못 미치면 개표 없이 김지사의 업무복귀가 가능하다.
투표율 1/3 넘으면 절차는 다소 복잡해진다. 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투표자중 50% 이상이 “김태환지사를 지사직에서 물러나게 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김지사는 지사직을 잃게 된다. 찬성자가 50%미만이면 지사직은 계속 수행 할 수 있다.
어느 경우든 김태환지사 입장에서는 깊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사실 주민소환법에 의해 업무정지가 됐을 때부터 김지사로서는 참기 어려운 모멸감을 느꼈을 터였다.
김지사 뿐만은 아닐 것이다. 주민소환을 지켜봐온 상당수 도민 입장에서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안타깝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지사를 지지하는 쪽에서든, 그렇지 않는 쪽에서든, 주민소환을 선뜻 납득하고 이해하는 쪽은 드물었다. 그만큼 주민소환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이 많다는 느낌을 가진 것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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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않아도 주민소환법상의 주민소환 청구사유에 대한 논란이 많았다. 헌법재판소가 ‘주민소환청구사유에 제한을 두지 않은 현행 주민소환법률은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렸는데도 논란과 논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무제한적 주민소환 청구사유는 자치단체장의 정책 집행을 가로막고 무소신 선심행정의 남발만을 가져오는 행정 포퓰리즘 위험이 있다는 주장도 거세다.
정치적 이해관계나 개인이나 특정 정파나 특정 단체의 호불호에 따라 선출직 단체장을 끌어내리고 망신을 주는 도구가 되기 쉽다는 것이다.
국가안보와 직결된 국책사업이나 단체장의 공약사업, 공익적 지역사업 추진도 번번이 제동이 걸려 지역발전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모른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부패나 비리, 무능과 권력 남용이나 직무유기 등으로 인한 법령위반 단체장을 내용으로 하는 등 ‘주민소환청구 사유’ 특정하자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이와 관련 주민소환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도 있다. 현행 주민소환법의 문제점을 파헤치고 걸러내는 작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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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오늘 실시하고 있는 ‘김태환지사 주민소환 투표’는 어느 쪽에서 보든 달가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주민소환투표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결과에 승복하고 갈등의 고리를 푸는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것이다.
주민소환청구인이나 대상자 모두 투표결과를 주민의 뜻으로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양측이 앞에 나서서 ‘화해와 상생‘이라는 사회협약이라도 체결하고 도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약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제주사회는 도지사 주민소환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이성적 판단보다는 감성적,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오늘 오후 8시에 드러나게 될 주민투표 결과가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소환투표 이해 당사자들이 나서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것이 화합과 상생의 유일한 해법이다.
지금은 어려운 시기다. 도민들이 하나로 힘을 합쳐도 위기를 극복하기 힘든 때다. 이럴 때 갈라진 민심을 하나로 묶어내야 제주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 주민투표 결과에 승복하고 모두가 화해와 상생의 길로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