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지수’ 전국 최고치

2004-11-05     제주타임스

앞으로 제주는 무엇으로 먹고 살아갈 것인가. 우리 제주는 무엇으로 앞길을 개척할 것인가. 관광이 우리의 살길이다, 감귤이 우리의 살길이다, 라고 장밋빛 청사진을 그리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어째서 이처럼 추락해버렸을까. 국제자유도시가 그 하나의 처방책으로 열심히 추진되고 있지만, 아직 도민의 피부에 와 닿는 성과는 미미할 뿐이다.

우리의 버팀목인 관광과 감귤산업도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지난달 도내 생활물가지수도 전국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상승폭이 소비자물가지수의 상승률을 넘으며 상대적으로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가계가 더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도민의 경제적인 고통 수준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보도는 하루가 멀다하고 들려오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치솟고 삶의 무게도 가중되고 있다. 지역경기가 벼랑 끝으로 내몰리면서, 시중에 나돌던 건설업계 부도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으며, 쓰러지는 도소매업체도 속출하고 있다. 덩달아 지난해 제주지역 학생들의 수업료 미납률도 전국 최고를 기록하였다.

중·고등학교 학생 가운데 5명에 한 명 꼴로 수업료를 제때에 납부하지 못하였다. 중학생 미납률이 7%인데 비해 고등학생은 21%로, 미납금액도 9억8천만 원으로 상당액에 이르고 있다. 미납학생의 54%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거나 가계파산 등 생활이 곤란한 가정의 학생들이다. 어떠한 희생을 치르면서도 자녀 학비 마련에 최선을 다한다는 제주인들의 수업료 미납 전국 최고 기록은 제주경제가 그만큼 힘들다는 이야기다.

 이처럼 각종 경제지표가 위기에 처한 제주경기를 반영하고 있다. 도민들의 경제적 수준을 나타내는‘고통지수’가 지난 한해 동안 전국 최고치의 상승률을 기록하였다. 전국 평균 고통지수는 2003년 6.3에서 8.3으로 2.0포인트가 증가하였으며, 특히 제주지역의 경우는 지난해 8월 기준 4.2에서 7.7로 가파른 상승을 보였다.

실업률과 소비자물가의 급상승, 그리고 고유가 등이 급상승률의 변동에 가장 큰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현재 도내 실업률은 2.4%로 지난해 9월 1.8%와 비교하면 0.6%포인트가 상승했고, 소비자물가지수도 4%를 넘어서고 있다.

 지금까지 제주의 활력은 대외지향에서 찾았다. 감귤이 과일시장을 지배하고 관광객이 제주행 비행기를 선호하는 한, 제주의 지속적 성장은 담보되었다. 그러나 세계화의 바람은 한반도를 넘어서서 경제적 대외개방과 동아시아 관광을 일거에 분출시켰다. 해외관광이 확대되고 고당도의 과일이 값싸게 수입되면서, 제주경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지금, 감귤과 자연풍광을 조화시킨 보는 관광을 넘어서서 제주의 지식산업화와 동아시아화가 절대 요구되고 있다.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제주국제자유도시가 추진되고 있지만, 관광·물류·금융만이 아닌 IT, BT 등 지식기반의 혁신클러스터에 보다 많은 관심이 요구되고 있다.

따라서 당국은 현재 자금난을 겪고 있는 도민들에 대한 저리자금의 융자 등 다각적인 지원방안을 수립하고, 도내 건설업계 역시 자구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서둘러 미분양주택의 해소 등 지역경기 회복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도민들은 지나 5, 60년대 허리춤을 죄여 지내던 배고픈 시절을 돌아보며, 다시 한번 새로운 각오를 다져야 할 것이다.

         김  관  후(북제주문화원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