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역사교훈 외면하는 ‘교과부‘
중.고 역사교과서 개정 집필기준에 ‘제주4.3항목’ 제외 논란
1
제주도민에게 ‘제주 4.3’은 이념의 굴레일수가 없다. 국가 공권력에 의해 무참하게 난도질 당한 ‘억울한 죽음의 역사’인 것이다.
3만 여명이 학살당한 것이나 다름없는 ‘제주 4.3’은 한국 현대사의 최대 비극이며 이를 교훈으로 하여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미래역사의 길잡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제주4.3의 역사적 하중(荷重)’은 그만큼 무겁고 엄중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정부가 ‘제주4.3’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제주4.3특별법’까지 제정하여 억울함을 해원(解寃)하고 ‘화해와 상생’의 길쌈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민의 가슴에 쌓인 ‘4.3의 한’이 얼마나 깊고 진하게 멍들었으면 6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아물거나 삭이지 못하고 매년 피울음으로 되살아나겠는가.
이는 ‘화해와 상생’을 말하는 정부가 진정성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화해와 상생을 말하면서도 뒤에서는 ‘제주4.3 해결’에 딴죽을 거는 불의한 집단의 움직임에 팔짱을 낀체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다.
2
최근 일부 극우 보수단체에서 ‘4.3 희생자 결정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심판청구도 ‘4.3 해결’에 대한 정부의 확고한 입장이나 의지를 보여주지 않아서다.
‘4.3 헌법소원 청구인의 명의’까지 도용하며 제기한 헌법소원은 ‘4.3희생자’들을 두 번 죽이고 유족들 가슴에 또다시 대못을 박는 폭거나 다름없다.
여기에다 최근 교과부의 ‘제주4.3‘관련 행보도 ’제주4.3‘을 수구세력의 입맛에 맞게 재탕하려는 역사의 퇴행이다.
교과부는 2011년부터 개정할 중.고 역사교과서에서 ‘제주 4.3항목’을 제외했다고 한다. 강창일 의원이 대표의원으로 있는 ‘국민과 함께하는 국회의원 모임’은 10일 이와 관련하여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는 규탄 성명을 냈다.
이들은 성명에서 “역사교육정책의 총대를 메고 있는 교과부가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전제한 후 “교과부가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제주4.3을 제외한 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리려는 수구 세력의 반동에 끌려 다니는 것”이라는 비판이었다.
3
집필기준에서 ‘제주4.3항목’을 제외하는 등 교과부의 근현대 교과서 개정문제와 관련, 전문가 그룹인 역사학회에서도 반대 성명을 낸바 있다. 이곳만이 아니다. 국가기관인 국사편찬위원회까지도 사실상의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그런데도 교과부는 교과서 집필기준에서 ‘제주4.3항목’을 제외시켜 버린 것이다. 이는 ‘제주 4.3역사’를 중고 교과서에 싣지 않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다면 교과부는 제주 4.3특별법을 부정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10년 가까이 전문가 집단과 국무총리와 국방부 등 국가부처가 참석하여 토론과 취재와 확인을 거쳐 작성한 ‘제주4.3진상보고서’도 송두리째 부정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 중 최대 비극적 사건이라 할 수 있는 ‘제주4.3’을 자라나는 후대들에게 제대로 알려주고 다시는 이 같은 비극이 발생하지 않도록 화해와 상생을 통해 평화를 심으려는 역사적 교훈을 팽개쳐 버리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정부의 역사 왜곡이며 역사 부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명박 정부가 진정 국민을 위하고 역사의 교훈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정부라면 ‘4.3의 역사’를 폄훼하거나 훼절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제주4.3’은 바로 역사의 교훈이다. 마땅히 교과서에 담아 후세들에게 알려야 할 ‘역사의 진실’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