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상하수도 5년 계획, 예산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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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상하수도본부는 향후 5년간 1조5000억 원을 투입, 친환경사업에 의한 획기적 수질 개선 등을 내용으로 하는 상하수도 중기계획을 세워 적극 추진키로 했다고 한다.
이른바 ‘상하수도 녹색성장 5개년계획’이 그것이다.
이에 따르면 제주도상하수도본부는 올해부터 2013년까지 5개년간 총 1조5000억 원에 가까운 지방비와 국비 1조4930억 원을 들여 모두 33개 사업을 완성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제주도 당국은 이 사업들로 인해 2만7000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도 노리는 모양이다.
이번 성안(成案)한 ‘상하수도 5년 계획’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종전 계획과 그 성격을 달리하고 있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하고자 한다.
우선 상하수도 사업을 녹색성장사업에 접목시키고 있는 것은 이번 계획의 큰 특징이다.
상하수도 사업이 인간의 용수관리에만 중점을 두던 과거식 계획에서 탈피, 인간에게 물을 공급해 주는 자연에 대해서도 보은(報恩)의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려는 새로운 시도가 엿보인다.
시대와 제주도의 ‘물 환경’에 부합되는 계획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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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대로라면 어승생 제2수원지가 2012년에 완공되고, 하수처리장 생태 숲 조성, 초기 우수(雨水) 처리시설, 신재생에너지 사업 등이 5년 안에 이뤄질 예정이다.
그리고 지하수 보호를 위해 빗물 이용시설을 확대하고 지하수 대체 수자원 개발에도 나선다. 생태하천으로의 복원 사업을 벌이는 것도 물론이다.
이 사업들은 모두가 계획기간 내에 추진될 친환경녹색성장 사업들이다.
이들 사업들이 계획대로 성사(成事)된다면 지하수 보호, 수질 개선, 상수원보호, 하천 생태계 복원 등 여러 가지 측면에서 도움이 될 줄 안다. 또한 환경오염을 예방하는 효과도 클 것임이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 친환경 녹색성장 상하수도 사업들이 차질 없이 계획대로 추진돼 완성단계까지 이를 수 있느냐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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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수도 녹색성장 5개년계획’에는 이러한 친환경 사업만이 아니라 다른 사업들도 많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우도 해저상수도 사업도 벌여야 하고, 추자 담수화 사업 및 고도 정수처리 시설도 마련해야 한다.
제주도내의 하수관거들도 재정비 해야 하는 등 총 사업수가 33개나 된다.
그래서 투입되는 예산도 무려 1조5000억 원에 가깝다지 않은가. 그것도 지방비로만 충당하는 게 아니라 국비를 끌어들여야 한다.
‘상하수도 녹색성장 5개년 계획의 성공여부를 판가름할 핵심 관건은 뭐니 뭐니 해도 국비 확보다.
이 국비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계획도 허명의 문서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주도는 국비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렇잖아도 제주도는 지금 지사가 주민소환 정국을 만나 업무정지 상태에 있다. 당장 대정부(對政府) 예산 절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일이 여기에서 끝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만에 하나 이번 주민소환에서 지사직을 상실하는 사태라도 온다면 향후 1년 가까이 제주도는 지사 없는 도정 공백상태가 계속된다. 상하수도 사업의 국비확보를 장담할 수 없는 입장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도는 모처럼 좋은 계획을 짜 놓았으므로 설사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예산확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래서 모든 사업이 생각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