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평시평] 연구하는 농업인들
열심히 연구하는 농업인들이 있다. 지난 4월 28일, 안덕면 종합체육관 대회의실에서는 이 고장 농산물의 ‘명품화’방안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지고 있었다. 한국농촌지도자 안덕면회(회장·강경수)주최로 열린 이 토론회에는 관내 주민 200여명이 자리를 함께하였다.
세미나 참석자들은 저마다 ‘자유무역협정(FTA)’이라는 폭풍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배우고 공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굳은 결의에 차있었다. 발표에는 제주감귤시험장의 고상욱 박사와 농업기술원 김용덕 박사가 참여하였다.
‘안덕 감귤의 명품브랜드화’를 주제로 발표에 나선 고 박사는 “먼저 품종을 만감류로, 고급 종으로 바꾸는 일부터 시도하라”고 권장하면서 “농민들은 ‘하려고 하는 의지’만 있으면 된다. 기술적으로 우려할 것은 없다”고 강조하였다. 소요자재나 장비·기술적인 문제 등은 이미 개발이 되어있기 까닭에, 재배농가가 필요로 한다면 언제든지 지원할 수 있다는 말이다.
‘안덕 콩 특화방안’에 관해 발표를 한 김 박사는 “된장 간장 두부 콩나물 청국장 등 용도가 많은 콩은 환경 친화적으로 생산할 경우 그 전망은 대단히 좋다”고 전제, “이 고장의 광활한 청정 중산간지대야말로 장수식품인 콩 재배에 적합하다”고 격려하였다.
이날 발표자들은 최첨단 영농방법과 기술 그리고 유통과 판매 과정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해설을 해 나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주의를 끌게 했던 대목은 방청인들에게 긍지를 북돋아주는 내용이었다. “하려고 하는 의지(意志)를 가져라” “안덕의 청정 중산간 일대는 콩 재배의 적지(適地)다”라는 표현은, 우리 농군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심어주는 덕담이 되고도 남았다.
이론과 기술분야 전문가로서는 물론이고, 농업을 사랑하고 농부를 존대하는 진정한 공직자로서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농촌지도자 안덕면회는 그로부터 70여일 후인 지난 7월 7일, 이번에는 간담회형식으로 발표와 토론회를 가졌다. 1차 세미나에서 거론되었던 문제점과 새로운 제안들을 정리하고, 이를 토대로 실행방안을 마련하려는 취지에서이다.
서부농업기술센터 허태현 과장은 ‘안덕농업의 장점·약점과 대응전략’을 주제로, 안덕면회 강기천 부회장은 ‘안덕감귤 명품브랜드 만들기’를 실제 경험을 중심으로 발표하였다. 안덕농협 이경옥 경제담당상무는 4월 토론회 당시 제기되었던 ‘감귤과 콩나물의 유통문제에 따른 개선방향’을 심도 있게 설명하였다. 곧바로 질의응답이 이뤄지면서 간담회장은 진지한 분위기로 변했다.
지난 4월과 7월 두 차례의 행사에 참가했던 한 농업전문가는 “면(面)단위 농촌지도자회가 이처럼 연구세미나를 개최하는 일은 안덕이 처음이나 다름이 없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더구나 일과성으로 그치지 않고, 전번 세미나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하여 발표회를 연이어 개최하고 있는데 대해서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눈치였다.
옛 현인들은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이라 하였다. 그렇다. 농업은 천하의 근본이다. 천하의 근원인 농업을 경영하는 농자는 바로 우주의 진리를 깨달은 사람이다. 아무리 농사짓기가 어렵고 농촌의 삶이 힘들다할지라도, 천도(天道)를 닦는다는 자부심으로 부지런히 탐구하고 노력한다면 하늘은 이에 반드시 보답해 줄 터이다.
농촌지도자 안덕면회에는 양창언 조도진 이한열씨 등 전 현직 농협인과 김대승 전 사계리장 등 이장출신, 이종우 전 남제주군의회의장 등 지방자치주역들, 그리고 주민독서활성화에 앞장서고 있는 강완수 새마을문고회장과 같은 농촌운동가들이 다수 참여하고 있다.
비록 면세가 약하고 여건이 열악한 지역이지만, 묵묵히 땀 흘리며 일하고 연구하는 이들이 있기에 우리 농업의 앞날은 밝다고 믿는다. 비단 안덕면회 뿐만 아니라, 도내 모든 농촌지도자회가 이와 같은 자세를 지닐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溪 山 이 용 길
전 제주산업정보대학장